“우버 떠난 자리 꿰차겠다”…퀵서비스 ‘하빌’

4월18일 정오 우버가 덴마크를 떠난다. 한달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자발적 영업정지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상은 우버를 유사 택시업으로 못박고 규제한 덴마크 정부의 등쌀에 떠밀린 것이다.
누군가의 위기는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한 덴마크 스타트업이 우버의 빈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섰다. 하빌(Habil)이라는 모바일 화물 운송 서비스다.

택시법 피해 승객도 태우는 ‘퀵 서비스’ 나와

우버가 덴마크에서 쫓겨난 이유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우버는 운수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운송비를 초과한 대가를 받고 승객을 태우는 운수 사업을 영위했다. 이것은 현행 운수사업법(택시법)상 불법이다. 덴마크 고등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우버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덴마크 정부는 운수사업자는 택시 미터기와 좌석 센서를 설치하라는 등 한층 엄격한 자격 요건을 강제한 운수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를 수 없다고 판단한 우버는 3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달 뒤 덴마크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하빌은 어떻게 우버의 숨통을 끊은 규제망을 벗어날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하빌은 승객이 아니라 화물을 실어주는 서비스다. 한국으로 따지면 퀵서비스다. 그런데 하빌은 고객이 원할 경우 화물을 운송하는 차량에 탑승할 수 있다. 수능 시험날 아침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몸 실은 수험생도 무엇을 탔든 수험장에는 도착한다. 이런 경우는 운수사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따라서 하빌은 덴마크 택시법 개정안에도 규제받지 않는다.
우버 운전자면서 공유경제연합회(Foreningen For Deleøkonomi) 회장인 니콜라이 요르겐센(Nicolai Jørgensen)은 하빌 대변인으로 나섰다. 그는 하빌이 규제를 우회하는 서비스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덴마크 국영방송 <TV2>와 인터뷰에서 니콜라이 요르겐센은 “우리는 규제를 면밀히 연구했으며 사람들이 무엇을 배송하는지에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TV2>와 차량 공유앱 '하빌'에 관해 인터뷰 중인 니콜라이 요르겐센(Nicolai Jørgensen) 공유경제연합회(Foreningen For Deleøkonomi) 회장 (방송 화면 갈무리)
와 차량 공유앱 ‘하빌’에 관해 인터뷰 중인 니콜라이 요르겐센(Nicolai Jørgensen) 공유경제연합회(Foreningen For Deleøkonomi) 회장 (방송 화면 갈무리)

하빌은 모바일 앱에서도 화물 운송 서비스임을 강조한다. 우버와 달리 하빌 앱에서는 배달 맡기려는 물건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원칙적으로 물리적인 형태만 있다면 무슨 물건이든 배송한다. 니콜라이 요르겐센 대변인은 휴대전화부터 방 세칸짜리 아파트도 등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아파트를 진짜 배송해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하빌은 이미 운전자 500명을 확보했으며, 이르면 우버가 덴마크 운영을 중단하는 18일 정오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빌도 우버처럼 운전자와 승객용 앱이 따로 있다.

“법망 교묘히 우회하면 정부 차원에서 대응”

사회인민당 교통 부문 대변인 카르스텐 회느(Karsten Hønge) 의원은 하빌이 법망을 의도적으로 벗어나려한다며 비판했다.
“제 생각에 이것은 교통부 장관이 개입해 국회가 동의한 택시법이 어떻게 행사되는지 보여줄 훌륭한 기회입니다. 이르면 내일 중에 수사기관에 신고할 겁니다.[…] 저는 그런 헛소리를 들어본 적 없습니다. 신발이나 열쇠 꾸러미를 배송하면서 차를 얻어탄다니요. 우리는 법에 뿌리 내린 사회에 삽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우리는 택시법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공유경제를 좋아합니다만 우리 사회를 헐값에 매도하거나 우리 복지제도의 기둥을 무너뜨리려는 회사는 싫습니다. 이 사안은 바로 이런 가치가 걸린 문제입니다.”

“공유경제 확산은 세계적 대세”

덴마크 국회와 정부가 각을 세운다고 해도 우버 같은 서비스가 자리잡는 일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유경제 전문가 클라우스 쉬테(Claus Skytte)는 언젠가 ‘해적 운전자(pirate-driver)’가 시장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쯤 뒤부터 자율주행차량이 거리를 돌아다닐 겁니다. 우리가 운송수단을 공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4년 동안은 이런 앱과 인터넷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겠죠. […]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공유경제 서비스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마찬가지죠. 그러니 모든 장소에 뻗어나갑니다. 충분히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원한다면, 정치인은 그것을 거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클라우스 쉬테는 30년 전까지만 해도 TV 전파를 국가만 송신할 수 있다는 법 때문에 개인이 위성 접시를 설치할 수 없었다며 “우버가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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