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히든맵] 창문의 재발견, 빌룸 윈도 콜렉션

창문[명사] : 공기나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벽이나 지붕에 낸 문

한 단어에 인간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속속들이 담겼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순간의 상쾌함. 작은 창문이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코펜하겐 시내에서 40분 가량 떨어진 작은 동네에 창문의 모든 것을 단박에 볼 수 있는 작은 전시장이 있다. 유명 공간 디자이너 로잔 보쉬(Rosan Bosch)가 생기를 불어넣은 빌룸 윈도 콜렉션(Villum Window Collection)을 소개한다.
빌룸 윈도 콜렉션

빌룸 윈도 콜렉션은 2006년 라스 칸 라스무센(Lars Kann-Rasmussen)이 세웠다. 빌룸이라는 이름은 아버지인 빌룸 칸 라스무센(Villum Kann Rasmussen)한테 빌려왔다. 그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창문 설비 회사 벨룩스(VELUX)를 세운 기업가다.
빌룸은 1941년 어두운 다락방을 스며든 빛에서 착안해 빛과 공기의 흐름을 연구하고 지붕창을 개발했다. 75년이 지난 지금 벨룩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40개국에 판매망을 보유하고 만 명에 달하는 직원을 거느렸다. 아버지 빌룸의 열정을 이어 받은 아들 라스가 그룹 본사가 있는 코펜하겐에 창문 전시장을 만들었다.
빌룸 윈도 콜렉션에는 창문이 약 300개 정도 소장돼 있다. 창문의 역사는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문의 종류와 세대, 기술, 이론은 물론이고 창문이 건축 양식과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까지 한 자리에서 읽을 수 있다.
전시는 모두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뉜다. △창문에 영향을 준 사람들△기술과 요소 △건축 속 창문 △제작 기법△자재 등이다. 각 주제를 천천히 따라가면 전시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공간 디자이너 로잔 보쉬

빌룸 윈도 콜렉션은 네덜란드 출신 공간 디자이너 로잔 보쉬가 디자인했다. 그는 지난 2014년 한국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과학창의 국제 컨퍼런스’에서 창의력 강연을 한 적도 있는 유명인사다.
로잔 보쉬의 대표작은 장난감 같이 재미있는 레고 사무실, 교실 없는 학교로 불리는 스웨덴의 비트라 학교, 환자에게는 편안함을 병원진에게는 창조적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코펜하겐 대학교 병원 심장센터 등이다. 지금은 코펜하겐에 스튜디오를 세우고 건축, 인테리어, 전시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다.
그는 물리적 환경 디자인을 활용해 행동과 사고를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잔 보쉬 스튜디오도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공간을 디자인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창의력 발달에 기여하는 것이 로잔 보쉬 스튜디오의 궁극적인 목표다.
무지개빛 타임터널과 타임라인

창문이라는 다소 평범한 주제에 로잔 보쉬는 아름다운 색을 덧입힌다. 여기서 공간 디자인이 지닌 힘이 드러난다.
전시의 주제는 ‘창문 역사의 흐름’이다. 전시장 모든 창문에는 창문이 만들어진 시기를 상징하는 색을 부여했다. 그 색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빛의 스펙트럼이다.
본격적인 전시에 들어가기 전 알록달록 스펙트럼이 늘어선 ‘타임라인’을 지나야 한다. 타임라인 안에는 분홍색 석기시대, 하늘색 바로크 시대, 노란색 모더니즘, 빨간색 현대까지 나열해뒀다. 각 상징 색 안에는 창문의 종류와 발달사, 유리, 영향을 준 인물 등을 정리해뒀다.
전시 주제인 ‘타임터널’에서는 앞서 본 타임라인이 실제로 구현된 터널 속을 걸으며 창문이 빛과 공기, 시야에 미친 영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빌룸 윈도 콜렉션에서 학습적∙심미적으로 훌륭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인 로잔 보쉬 스튜디오는 2015년 대니쉬 라이트닝 어워드(2015 Danish Lighting Award)에서 우승했다.
창문이 삶의 질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 제품과 이론의 결합, 기술과 건축의 역사적인 서술을 쉽고 창의적으로 구현해 놓은 이 전시는 한평생 창문만 생각한 빌룸과 그의 위대한 유산에 찬란한 무지개를 덧입힌 로잔 보쉬의 빛나는 합작이다.

Villum Window Collection

코펜하겐 히든맵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