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교육 한눈에 보기 ② 대안교육

덴마크 교실 풍경 (사진: 김희욱)

지난 포스트에서는 덴마크 공교육 체계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대안교육 체계를 살펴보자. 덴마크는 사회공동체적 관점에서 시민 교육을 시행한다. 대안교육은 학생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려는 고민에서 시작돼 다양한 체계를 낳았다. 한국에는 갭이어(gap year)라고 알려진 대안교육 체계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갭이어는 특정한 교육 과정이나 학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주로 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교육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이 일정기간 자신의 진로를 계발하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체험에 참여하는 기간을 갭이어라고 통틀어 부른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중등교육을 마친 후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교과서 밖 세계를 경험하려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에는 2016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큰딸 말리아 오바마가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1년 동안 갭이어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하며 화제가 됐다.

덴마크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 외에 크게 세 가지 대안교육 과정이 있다. 에프터스콜레, 10학년 학교, 폴케호이스콜레 등이다.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안학교는 대부분 시민이 주축이 돼 설립하고 운영한다. 덴마크에서는 14세~18세 청소년 3명 중 1명이 이런 대안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해 진로와 삶을 성찰하는 시기를 보낸다.

아래 도표는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구성을 보여준다.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구조(출처: 유네스코)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구조(출처: 유네스코)

한국으로 따지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9학년까지 과정을 마친 뒤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거나 대안교육 과정(vocational upper secondary education)에 들어간다. 방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같은 학교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을 1년동안 듣는 방법 혹은 새로운 교육환경에서 다양한 수업을 학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숙학교 형태의 애프터스콜레, 10학년 스쿨이 있다.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1년의 추가 학습을 하는 과정을 ’10학년’이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워낙 많은 학생이 고등학교 진학처럼 자연스레 대안교육 과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10학년은 10학년 스쿨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에프터스콜레

가장 인기가 높은 대안교육 과정은 에프터스콜레(efterskole·after school)다. 중학교를 마친 청소년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에프터스콜레라는 특별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에프터스콜레는 정규 교육과정과 별도로 운영되는 1년 과정 기숙형 학교다. 기초과정(1~9/10학년. 한국의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학년까지를 포괄하는 과정)을 마치기 전 14~18세 청소년이 1년 동안 진로를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어·음악·미술·디자인·연극·영화·스포츠·항해·여행·국제 교류·종교·프로젝트와 현장 연구를 비롯해, 난독증 등 학습장애처럼 학생의 특수한 요구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종류의 에프터스콜레가 존재한다.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진행하기에 일종의 ‘특수학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프터스콜레는 주로 도시에서 떨어진 농촌 지역에 기숙학교 형태로 운영한다. 학교마다 교육과정과 내용이 다르다. 학생이 직접 자기한테 맞는 교육과정이 있는 학교를 찾아간다. 교육 내용은 한국의 대안학교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기존 정규 교육제도를 대체하지 않고 보완하며, 정부가 인정하고 지원하는 정식 과정이라는 점이 한국 대안교육과 다르다.에프터스콜레 재학기간은 법적으로 공립학교 재학기간과 동일하다고 인정받는다. 10학년을 일반 고등학교가 아니라 에프터스콜레에서 보내는 셈이다. 학비 3분의1만 학부모가 부담하고, 3분의 2는 정부가 교육 예산으로 지원한다.

에프터스콜레는 ‘인생학교’ 또는 ‘인생 설계 학교’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삶의 중요한 길목에서 잠시 멈춰 선 채 자신이 가려는 길을 미리 가늠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 특수학교에서는 기본적인 교과목도 가르치지만 그보다 예술, 체육, 그 밖에 다른 과목과 다양한 활동을 중시한다. 특히 교사와 학우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강조한다. 여유와 특별함이 공존하는 1년 동안 고등학교와 그 이후 삶에 필요한 것을 느끼고 배우게 하는 것이 에프터스콜레의 목적이다. 1년 과정을 마친 뒤에는 대다수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교는 에프터스콜레를 다닌 학생과 다니지 않은 학생을 구별 하지 않고 같이 가르친다.

에프터스콜레는 기숙형 학교가 대다수라 학생은 어린 나이에 집에서 나와 혼자 살아야 한다. 당연히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고 오랜 시간 학교 안에서 생활한다. 이런 점을 보고 스웨덴은 에프터스콜레를 “청소년 감옥”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어린 나이에 또래와 오래 어울리는 탓에 대마초를 몰래 피우는 학생도 생긴다. 그래서 에프터스콜은 해시학교(hash school)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10학년 학교

여러 문제점을 우려하는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10학년 학교(10th grade school)가 있다. 10학년 학교는 한국으로 따지면 중학교까지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이 10학년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해 자발적으로 1년 더 학교를 다니는 제도다. 공립기초학교를 마친 뒤 추가적 기술을 연마하거나, 고등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전에 전공을 확실히 정하려는 학생을 위해 마련됐다. 따라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학생 지도를 강조한다.

10학년 학교에 들어간 학생은 필수과목으로 덴마크어·수학·영어를 배운다. 프랑스어·독일어·물리·화학도 배우고 추가로 3개 과목을 더 공부한다. 덴마크어·수학·영어·물리·화학·독일어·프랑스어 같은 필수과목은 공립기초학교에 상응하는 수준을 학습한다. 학생은 본인이 선택한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10학년 센터는 스포츠·음악·디자인·IT 등 관심사에 따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특화된 계열을 만들었다. 10학년 과정에는 정규 고등학교와 연계된 21시간 인턴십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10학년 과정 중에는 직업 연수 과정도 있다. 직업훈련센터나 실제 노동 현장에 파견돼 20주 동안 실무 경험을 쌓는 자리다. 직업 연수과정을 마쳐야 10학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10학년 과정은 1962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상급 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한 학년을 더 다니며 성장할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 교육계에는 학생들을 학교에 다니게 하는 편이 진학 준비에 더 도움이 되며 바람직한 진로 선택에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유행했다.

이런 배경에서 도입된 선택적 10학년 학교는 정책적 측면에서 의도한 바보다 학생들한테 더 큰 반응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에 10학 년에 등록한 학생 수는 9학년 수료생 가운데 69%에 달했다. 이 높은 수치는 9년 의무교육을 완수하는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한 1999년 법 개정에 초석이 됐다.

당시 주로 10학년 과정에 등록한 학생은 고등학교 과정으로 진학할 준비가 안 된 이들이었다. 이 현상을 보고 덴마크 정부는 더 낮은 학년부터 강력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서 10학년 물리적·교육적 틀이 상당히 바뀌게 되었다. 새로운 개정법 시행 전에는 10학년이 다니던 공립기초학교에 개설되었다. 그래서 학부모와 학생은 10학년 과정이 공립기초학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개정된 교육법이 시행된 뒤 많은 지자체가 10학년 센터를 지자체 건물에 세웠다. 덕분에 같은 지자체 산하 모든 10학년 학급이 같은 장소에 모였다. 학생 입장에서 9학년에서 10학년으로 올라갈 때 학교를 바꿔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이런 변화에 따라 10학년 과정은 학생에게 멀어졌다. 자연스러운 교육 과정이 아니라 선택사항이 됐다. 10학년 프로그램의 구조와 목적이 바뀌자 10학년을 조직하고 가르치는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뒤따랐다.

 

폴케호이스콜레

마지막으로 소개할 덴마크 대안교육 과정은 성인이 대상이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진학하기 전 18세 이상 청년과 성인을 가르치는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다. 자유학교(friskole) 형태로 1844년 처음 설립됐다. ‘청년을 위한 농민대학(peasant high school)’이었다. 프리스콜레, 즉 ‘어린이 자유학교(free schools for children)’는 이 맥락에서 이후에 세워졌다.

폴케호이스콜레는 12년의 교육 과정이 끝난 뒤 이루어지는 교육이며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1년과정으로 되어 있다. 18~24세 학생이 대다수다. 폴케호이스콜레에 다니는 기간은 평균 4개월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자고 먹고 공부하고 노래한다. 여가시간도 학교에서 보낸다. 폴케호이스콜레는 입학 자격조건이 없으며 시험도 없다. 출석을 잘하면 수료증을 준다.

덴마크 전역에 78개 폴케호이스콜레는 스포츠·음악·댄스·미술·도자기·정치·미디어 등 몇 과목에 특화한다. 덕분에 학교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학생은 폴케호이스콜레가 개설한 교육 과정 안에서 원하는 대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진로에 관한 과목을 골라 직업 세계를 미리 체험하기도 한다. 학생은 청소와 요리 등 학교 운영에도 참여한다.

학생이 폴케호이스콜레에 다니는 기간은 보통 4개월이지만 각 교과과정을 마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4일에서 36주까지 다양하다. 짧은 과목은 모든 연령층이 수강할 수 있는 여름에 주로 개설된다. 소요 기간이 긴 과목은 겨울이나 봄에 개설된다. 18~24세 젊은층이 주로 수강한다. 연간 약 4만5000명이 단기 개설 과정을 수강한다. 장기 개설 과정은 매년 8000명 가량이 참여한다. 덴마크 전국에 있는 폴케호이스콜레는 78곳이다.

폴케호이스콜레 교사는 상당한 재량권을 갖는다. 교육 과목·내용·교수법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다른 학교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루 중 반나절은 폭넓고 일반적인 과목을 공부하며, 남은 반나절은 특정한 과목을 심화 학습할 수 있다. 음악과 연극에 집중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스포츠·미술·정치·철학에 특화된 학교도 있다. 토론식 수업은 모든 과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수법이다.

폴케호이스콜레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업을 연다. 학교 등록 여부는 선택할 수 있지만, 일단 등록한 뒤에는 수업에 의무적으로 출석해야 한다. 저녁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법에 따라 폴케호이스콜레는 시민 교육·인생 교육·민주 교육을 커리큘럼에 포함시켜야 한다. 물론 다른 특화 과목도 개설할 수 있다.

 

덴마크 대안 교육의 현주소

지금까지 세 가지 갭이어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덴마크 교육은 학생이 인생 전반을 잘 준비하도록 돕는다. 학생 개인 차원에서는 사회적 직업적으로 폭넓은 능력을 습득해 진로와 직업을 보다 분명히 선택하도록 한다. 또 이들이 적극적인 민주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학생은 교육 과정 속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생을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방법을 배운다. 덴마크에서 학교를 ‘삶의 학교(school of life)’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런 교육 철학은 초등교육기관의 교육 목표는 물론이고 다양한 평생 교육 제도에도 반영돼 있다.

학생은 정규 학교 체계 밖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한다. 방과 후에 협회에서 활동한다. 장기간 여행을 떠나거나 직접 직업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 학교를 떠나 갭이어를 보내기도 한다.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는 1년 이상 갭이어를 보내며 초중등 교육과정 12년을 연장하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덴마크 학생 가운데 약 75%가 1년 이상 갭이어를 보냈다. 학생 38%는 2년 넘게 갭이어를 보낸 뒤 학교로 돌아갔다.

덴마크에서도 갭이어 확산이 바람직한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학생에게 여유 시간을 주면 본격적으로 학업에 뛰어들기 전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기에 학생에게, 더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갭이어를 다녀 온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곧바로 진학한 학생보다 대학 중퇴 확률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덴마크 학생이 다른 유럽 학생보다 대학교육을 마치는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덴마크의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얻는다고 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다른 반대 의견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더 갖는다고 해서 과연 본인 진로에 대해 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남아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교육 성과를 평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 평가 PISA 테스트에서 덴마크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과연 갭이어 프로그램이 PISA 테스트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에 묻는 이도 있다.

2000년에서 2009년까지 평균 갭이어 기간이 짧아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여러 정권이 갭이어를 축소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덴마크 교육부는 2006년에 새 법안을 제정했다. 고등학교 졸업생이 졸업 2년 내에 대학에 진학하면 입학을 보다 쉽게 해주는 법이었다. 2013년에 덴마크 정부는 갭이어를 짧게 갖는 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에 재정지원을 확대했다.

 

나가며

덴마크 정규교육 제도 안에도 ‘더 폭넓은 평생학습’이라는 목표로 특별히 마련된 선택안이 있다. 정규교육과 취업 시장에 집중하면서도, 학생이 민주 사회에 참여하도록 준비시키고 개인적·사회적 능력을 계발하는데 방점을 찍는 대안교육 과정이다. 앞서 살펴 본 에프터스콜레, 10학년 학교, 폴케호이스콜레가 그것이다.

덴마크 정치권은 지난 10년간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두고 논박을 벌였다. 대안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는지, 아니면 고위험군 혹은 문해율이 낮은 학생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해야 하는지 등 논의가 잇따랐다. 갭이어를 둘러싼 논의가 불거지진 이유는 개인주의와 자기 성찰이 강조되고 신자유주의적 사고 방식이 팽배해지며 덴마크의 전통적 시민 교육과 비형식 교육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진로탐색을 위한 자유학기제 활성화 방안 모색 (교육부2013)
  • 길 찾기를 도와주는 학교,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헌병호)
  • Danmarks Statistik (2013a): Kursister ved voksen- og efteruddannelse, ‘Folk High School’ r – lange kurser 2011/2012 Danmarks Statistik (2013b): Statistikbanken, lokaliseretden6- .maj-2013kl.13.36
  • Efterskoleforeningen (2013a): www.efterskole.dk
  • Højskoleforening (2013): www.hojskolerne.dk
  • Aarhus Universitet Kudahl, Søren (18.3.2013): Mange dygtige elever tager 10. klasse på efterskole, Momen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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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서 호떡으로 행복을 배달하는 행복 배달원 김희욱입니다.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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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폴케호이스콜레 학교는 4개월을 다니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무료로 지원해주는곳은 아닌가요? 어학원은 무료라고 되있는 글을 봐서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말 좋은학교인거 같아 관심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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