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일기] 덴마크 교환학생 10문10답

한국에 낯선 나라, 덴마크. 교환학생으로 덴마크를 방문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덴마크에 다녀온 내게 많은 친구가 묻습니다. 그 중 많은 친구들이 같이 물어본 질문을 한 번에 정리합니다.

교환학생을 덴마크에서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교환 나라를 선택한 기준은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 유럽 국가인가, 두 번째 영어가 통하는가. 유럽을 한 번도 가본 적 없었기 때문에 교환학생을 유럽으로 가서 살아보고 여행도 하고 싶었고, 영어가 통하지 않으면 지내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학교 리스트가 올라왔을 때 이 기준으로 학교들을 골랐고 그 중 학교 순위가 가장 높은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CBS)을 1지망으로 선택했습니다. 즉 덴마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CBS가 덴마크에 있었기 때문에 덴마크로 교환 학생을 간 거랍니다.
조금은 무모한 선택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덴마크를 교환학생 국가로 정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코펜하겐은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보다 작고 어떻게 보면 심심한 도시지만 그래서 여행이 아니라 살아 봤을 때 더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도시인 것 같아요. 제가 덴마크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느꼈는지는 교환학생 일기 마지막 글에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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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 생활을 준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교환학생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게 가장 힘들었어요. 덴마크가 미국이나 영국처럼 교환 나라로 인기가 높은 곳이 아니기에 선배들의 경험보고서가 제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어요. 그리고 그마저도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지나 바뀐 정보들이었답니다. 특히 비자를 발급하는 기관이 스웨덴 대사관에서 노르웨이 비자센터로 바뀌어서 비자를 발급받는데 힘들었어요.
Naked Denmark에 교환학생에 관한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것도 준비하면서 제가 어려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 글이 다음에 교환학생을 덴마크로 오실 학생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 영어인증시험을 준비해야 하나요?

덴마크의 대학마다 요구하는 영어인증시험 기준이 다르므로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는 학교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정확해요.
CBS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6종류의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하면 되는데 그중 한국 학생이 가장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시험은 IELTS academic test와 IBT TOEFL입니다. IELTS는 총 점수가 6.5 이상이어야 하고, IBT TOEFL은 91점 이상이어야 해요. IELTS와 TOEFL은 시험 방식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유형의 시험을 선택해서 준비하면 됩니다.

영어는 잘 통하나요?

덴마크는 ‘덴마크어(Dansk)’를 씁니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다수 덴마크인은 매우 능숙하게 영어를 사용합니다. 학생은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합니다. 저는 한 학기 동안 덴마크에서 살면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영어가 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다만 우리가 한국어를 쓰듯 덴마크인은 모든 곳에서 대부분 덴마크어를 사용합니다. 모든 표지판이나 안내 문구가 덴마크어로 적혀 있어요. 외국인을 배려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죠.
영어 실력을 키우려면 어디를 가도 영어가 들리고, 영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영어권 나라가 더 좋은 환경이에요. 교환학생의 목표가 ‘영어 실력 키우기’라면 덴마크가 아닌 영어권 나라에 가길 추천합니다.

한 달 생활비는 얼마고, 어떻게 돈을 사용했나요?

덴마크로 파견이 결정되고 나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생활비였어요. 덴마크는 유럽에서도 엄청난 물가를 자랑하는 곳이죠. 덴마크에서 외식하면 3~4만 원은 쉽게 나가요. 교통비도 한국보다 3배는 비쌉니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식료품 가격은 높지 않기 때문에 장을 봐서 직접 요리하고, 대중교통보다 자전거를 자주 탄다면 생활비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어요. 저는 일주일에 2~3번 정도를 외식했고 시간이 여유로울 때는 걷거나 자전거를 탔습니다. 또 미리 학교 스케줄을 보고 수업이 많은 달에는 정기권을 구매했고, 수업이 적은 달은 요금이 할인되는 교통카드를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요한 물품을 사야 했던 첫 달을 제외하면 한 달에 평균 60만 원을 썼습니다.  제가 학기를 모두 마친 후 유럽 여행을 했기 때문에 한달 생활비가 적기도 해요. 기숙사비는 미리 냈기 때문에 60만 원만 환전해 왔고, 결제할 때 카드를 주로 사용했어요. 덴마크는 대부분 가게에서 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요. 현금은 필요할 때만 찾으면 되기 때문에 잃어버릴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돈을 환전해 올 필요는 없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사용한 카드는 하나 비바 체크카드로 현금 인출, 결제 수수료가 모두 결제 금액의 1%로 가장 저렴했어요. 잃어버리거나 고장 날 경우를 생각해 하나 비바G·비바E 체크카드 2장과 국민은행 체크·신용카드를 챙겨갔습니다. 실제로 저는 지갑을 도난당해 카드를 분실했어요. 꼭 여분 카드를 준비해 오세요.

유럽 이곳저곳을 여행하기에 덴마크는 좋은 나라인가요?

학기 중에 버스와 기차를 타고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덴마크는 적절한 곳이 아니예요. 코펜하겐에서 다른 유럽 나라에 가고 싶다면 스웨덴을 빼고 모두 비행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 기차만큼 혹은 기차보다 더 저렴한 값에 다른 유럽 나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저는 편도 4만 원에 영국 런던에, 6만 원에 이탈리아 로마에 다녀왔습니다.
덴마크가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만 26세 미만이고, 덴마크 거주허가증을 지참한다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등 파리 유명 관광지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나라와 가까우니 북유럽 지역을 비교적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오로라를 보러 북극 가까이 떠나는 여행은 북유럽에 방문한다면 꼭 한 번  해야 해 봐야 할 일이라고 하니 교환 학기 중 한 번쯤 여행을 떠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가지 못했지만요.

수업을 들으며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을 배웠다는 거예요.
한국에서도 영어강의를 많이 들었지만, 발표 때만 얘기하고 대부분의 수업 시간엔 강의를 듣는 데 집중했어요. 교수님이 질문할 것이 있냐고 물어봐도 수업 시간에는 절대 질문을 안 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 따로 교수님을 찾아가 질문을 하곤 했죠.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질문했을 때 다른 학생들이 저를 바라보는 게 부담스러워서였어요.
하지만 CBS에서는 수업 중에 많은 학생이 질문을 했고, 교수님도 수업 중에 다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자주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학생들과 의견을 나눴고 수업 중 질문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것 같아요. 아직 한국에 돌아와서 강의를 듣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업에서 은근히 따돌림 당한다고 느꼈을 때에요.
영국·덴마크·브라질·미국 학생과 한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토론을 하는 조가 됐는데 토론을 할 때 조원들이 제 얘기를 듣지 않았어요. 물론 그들처럼 영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 학생들이 제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이해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을 처음 겪으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그 수업에 흥미를 잃게 됐어요. 다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도와줬기 때문에 더욱더 그 수업을 싫어하게 된 것도 있고요.
결국 저는 그 수업에 가도 조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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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교환학생 기간을 뜻 깊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교환학생 파견 기간을 뜻 깊게 보내려면 스스로 할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덴마크의 대학, 특히 CBS는 한국보다 학기 기간도 짧고, 들어야 할 강의 수도 적고, 수업을 빠져도 무방하므로 여유시간이 정말 많아요. 만약 공부 외에 할 일을 아무것도 찾지 않는다면 게을러질 수 있고,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갈 거예요.
저는 덴마크에서 지내면서 혼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만들고, 제가 할 수 있는 활동 한 가지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생길 때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코펜하겐 곳곳을 돌아다니기도 했고, 책을 챙겨 근처 공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독서도 했어요. 또 Naked Denmark에 글을 쓰며 글 쓰는 법도 배웠죠. 덕분에 여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수 있었답니다.
제 주변에 다른 학생들은 인턴에 지원해 회사에 다니기도 하고, 합창단·언어 교환·스포츠 동아리 등 다양한 학교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교환학생으로 덴마크에 오신다면, 공부만 하지 말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나쯤은 찾아서 꼭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교환학생,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다른 학생도 가니까 교환학생을 꼭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소한 이유라도 교환학생 생활을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가라고 추천하겠어요. 덴마크에 다녀온 뒤 저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제가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사소했어요. 한국에서 학교 생활에 너무 지쳤기 때문이었죠.
덴마크에서 혼자 살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웠어요. 한국에서는 만나지 못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제 생각이 얼마나 좁고 어렸는지를 깨달았죠. 무엇보다도 한 학기 를 여유롭게 즐기며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졌어요.
제 글을 읽는 분께서 만약 교환학생을 가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그것이 사소한 이유일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한 번 준비라도 해보기를 추천합니다. 교환학생을 안 가서 후회하는 사람은 있지만, 다녀 와서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도 있답니다. 교환학생 생활은 크게 성장할 기회가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교환학생 일기 by 소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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