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주요 은행 대규모 국제 돈세탁 사건 연루

덴마크에서 가장 큰 두 은행이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돈세탁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덴마크 경재계가 시끄럽다. <베를링스케>가 3월20일 특종으로 보도한 소식이다.
이번 사건은 대규모 국제 돈세탁 범죄를 추적하던 몰도바와 라트비아 수사당국에 의해 드러났다. 2014년부터 1100억 크로네(18조 원)에 달하는 범죄 자금이 몰도바 몰딘콘뱅크(Moldinconbank)와 한 라트비아 은행에서 세탁됐다. 조직범죄 및 부패 전문 보도 프로젝트(OCCRP)는 세계적 규모로 진행된 돈세탁 과정을 추적해 20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덴마크 <베를링스케>도 OOCRP의 일원으로서 덴마크 금융기관으로 흘러온 검은 돈을 추적하다 이번 사건을 밝혀냈다.
두 은행에 입금된 자금은 주요 유럽 은행과 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이 가운데 덴마크에서 가장 큰 은행 두 곳도 있었다.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인 단스케뱅크(Danske Bank)는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1500차례에 걸쳐 70억 크로네(1조1430억 원)를 입금받았다. 특히 단스케뱅크 에스토니아 지점이 범죄 조직이 세탁한 자금을 송금하는 창구로 애용됐다. 덴마크에서 두 번째로 크고 북유럽에서 가장 큰 노디아(Nordea) 은행 덴마크 지점은 200차례에 걸쳐 2억5천만 크로네(407억5천만 원)을 세탁하는데 이용됐다. 이 자금은 파나마나 세이셸 같은 조세회피처(tax haven)로 빠져나갔다.
올보르대학교 경영학과 소속 라스 크럴(Lars Krull) 선임 자문위원은 “이렇게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은 은행의 모든 경고 체계를 작동시켜야 했다”라고 비판했다.

핀란드 마리에함 노디아뱅크 지점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SA Stefan Flöper)
핀란드 마리에함 노디아뱅크 지점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즈 CC BY-SA Stefan Flöper)

돈세탁에 연루된 은행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단스케뱅크는 돈세탁 방지 대책이 충분치 않았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노디아뱅크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돈세탁에 연루된 소수 고객이 아직 은행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치인은 앞다퉈 두 은행에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나섰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총리는 <리쳐>와 인터뷰에서 “이 사건 때문에 슬프고 화가 난다”라며 “분명히 말해두건데, 이 사건은 수치스러운 일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 규제당국(Finanstilsynet)은 돈 세탁에 관여한 은행원은 해고할 수도 있다고 못박았다. 세 관계 부처 장관은 보도가 나간 당일부터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덴마크 정부는 3월30일 공식 회의를 예고했다. 브라이언 비켈슨(Brian Mikkelsen) 산업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덴마크 은행들이 또 한 번 범죄 자금을 차단하는 사회적 책무를 지키기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은행 운영진에게 돈세탁 범죄를 예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책임인지 제대로 일깨워줘야 한다는 확실한 이유가 생긴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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