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업가, “덴마크 ‘부르카 금지법’ 벌금 모두 대신 내주겠다”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정치인인 라치드 네카즈(Rachid Nekkaz)가 덴마크에서 이른바 ‘부르카 금지법’ 위반자가 내야할 벌금을 모두 대신 내주겠다고 나섰다. <베를링스케>가 8월6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는 8월1일부로 공공장소에서 얼굴 대부분을 가리는 복장을 입으면 벌금형에 처하는 가림 금지법(tildækningsforbuddet∙ban on covering)을 시행했다. 얼굴을 가리는 행위가 공공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종교적 이유로 부르카나 니캅 같이 얼굴을 가리는 전통 복장을 입는 무슬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불거졌으나 덴마크 정부와 의회는 부르카 같은 복장이 덴마크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법을 강행했다.
법 시행 이틀 뒤인 8월3일 첫 단속 사례가 나타났다. 29세 무슬림 여성이 덴마크에서 최초로 부르카 금지법 위반으로 벌금 1천 크로네(17만5천 원)를 부과받았다.
라치드 네카즈는 이 여성은 물론이고 “8월1일부터 덴마크 거리에서 (부르카 금지법 위반으로) 발부된 모든 벌금을 대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벌금을 내러 직접 코펜하겐에 방문할 계획이다.
“저는 9월11일 코펜하겐에 가서 모든 벌금을 납부할 겁니다. 그 뒤로도 매달 그럴 거고요. 왜냐하면 제가 니캅에 반대하기는 하지만, 저는 언제나 전 세계에서 자유를 지켜왔기 때문이죠. 니캅을 입을 자유는 물론이고 입지 않을 자유까지요.”
 

정계 진출 실패한 뒤 사회운동으로 돌아선 사업가

라치드 네카즈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이자 사회운동가다.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부모 사이에 1972년 태어나 파리 교외에서 자랐다. 인터넷 스타트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둔 뒤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사업적 성공을 정계에서도 재현하려 시도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2007년 프랑스 대선에 파리 교외 출신 후보로 나섰다 낙선하고, 이듬해 지역 선거에도 도전했다 역시 실패했다.
정계 진출이 좌절된 뒤로는 사회운동가로 노선을 바꿨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9년 유럽 최초로 ‘부르카 금지법’을 제정하려 들자 재빨리 반대 측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2010년에는 부르카를 입어 벌금형을 선고받은 모든 무슬림 여성을 대신해 벌금을 내주겠다며 1백만 유로(13억 원) 기금을 조성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 기금이 “자유를 뿌리채 위협하는 이 법이 거리에 적용되는 일을 상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프랑스 국적을 포기한 그는 부모의 고향인 알제리로 돌아가 정치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라치드 네카즈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부르카 금지법을 제정한 모든 유럽 지역에서 벌금을 대납해왔다. 지난 3월 인터뷰에서 “내가 벌금 1538건을 납부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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