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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 속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 ‘자유학교’ 견학 후기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1기 참가자와 운영진(자유학교 제공)

2017년 세밑 한국에서 덴마크 행복의 비결을 재현하는 작은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덴마크가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이룩한 비결로 꼽히는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를 한국 사회에 구현한 자유학교입니다.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를 직접 경험한 이와 한국에서 대안적 삶을 꾸리는 이가 머리를 맞대고 준비한 자유학교 1기 프로그램이 12월26일부터 1월6일까지 11박12일 동안 경기도 강화도 꿈틀리인생학교에서 열렸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기댈 동지를 얻어가길 바란다’는 이해견 씨를 인터뷰 한 뒤에도, 자유학교 기획단으로 모인 김민영∙김지연∙양석원∙박성종∙홍문화 씨를 만난 뒤에도 의심 많은 저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과연 한국에서 덴마크적 공동체의 가치를 재현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풀고자 12월29일 오후부터 1박2일 동안 자유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어땠냐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죠. 저는 자유학교 2기 모집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입니다 😉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를 표방한 자유학교에서 보낸 28시간을 정리해봅니다.

29일 금요일 아침 서울에서 차를 얻어타고 2시간 만에 자유학교가 열린 경기도 강화도 꿈틀리 인생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오면 3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꿈틀리 인생학교 건물은 크게 두 동으로 나뉩니다. 앞에 2층 건물은 교실과 기숙사입니다. 자유학교도 기숙사인지라 성별로 구분해 씁니다. 1층은 남성, 2층은 여성 기숙사로 씁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유학교 1기 입학생 사진이 줄지어 붙은 벽이 반깁니다. 사진 옆에는 각자 불리고 싶은 별명을 써뒀는데요. 모두가 명찰을 걸고 다니며 이름 대신 별명을 부릅니다. 이 포스트에도 그 느낌을 전하고자 실명 대신 별명으로 적습니다.

자유학교에서 지킬 교칙은 모두 학생과 운영진이 함께 만듭니다. 복도에서 조용히 걷자는 약속을 만들었군요. 학교 규칙치고 무척 단촐하죠? 사실 자유학교의 가장 큰 교칙은 ‘규칙을 만들지 말자’랍니다. 자유학교답죠?

자유학교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란 점은 모두가 반말, 아니 수평어를 쓴다는 것입니다. 12시 즈음 도착한지라 오자마자 점심 밥을 먹었는데요. 이 때 1기 중 가장 어린, 누가 봐도 10대와 20대 언저리인 삐삐가 저와 동행한 브루스(김희욱 공동대표)에게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네더군요. 그리고는 어제부터 모두가 평등하게 소통하도록 수평어를 쓰기로 결정했다며 저와 브루스도 수평어 쓰기에 동참하겠냐고 물었습니다. 취지를 들은 저희는 흔쾌히 “Okay”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하더군요. 구성원이 모두 평등하게 소통하려면 모두 존댓말을 써도 될텐데 왜 수평어를 쓰자고 결정했을까요. 삐삐는 수평어를 쓰기로 결정하기까지 자유학교 구성원이 이틀 동안 토론을 벌였다고 말했습니다.

수평어를 쓰는데 반발도 있었습니다. 연장자 축인 심작가가 가장 불편해했죠. 평소에도 어린 동료에게 존댓말을 쓰던 심작가는 수평어를 썼을 때 너무 편하게 대하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논의 끝에 반말을 쓰면 서로 긴장하며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한방은 이 한마디 였습니다. “자유학교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실험을 해보겠나.” 결국 하루만 실험적으로 수평어를 써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누구도 수평어 쓰기를 멈추자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습관이 된 수평어는 자연스레 자유학교의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점심 먹고 잠깐 짬을 내 학교를 둘러봅니다.

1층에는 거실격인 공동 공간 커먼룸(common room)이 있습니다. 자유학교의 중대사는 모두 커먼룸에서 만든다네요.

저희 일행을 카풀해 준 리오가 저 같이 식후 카페인 중독에 시달리는 친구를 위해 커피콩을 직접 갈아냅니다.

오랜만에 기타를 잡은 브루스가 신났습니다.

꿈틀리 인생학교 캠퍼스를 자기집인양 들락거리는 이웃집 개.

이보개.

사과 한 쪽도 나눠먹는 자유학교 동기. 현장을 적발(?)한 덕분에 저도 한 조각 얻어 먹었습니다.

학교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오후 초청 강연 시간이 됐습니다.

초청 연사는 꿈틀리 인생학교 이사장이자 오마이뉴스 대표인 연호(오연호 씨)였습니다. 연호는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거듭나는데 폴케호이스콜레 등 민중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고, 한국에서도 이런 일을 시도하는 자유학교에 응원을 보냈습니다.

연호 강연을 들은 뒤 감상을 나눴는데요. 몇몇 참가자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성수는 슬프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 기쁜데 웬지 눈물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삐삐는 덴마크 청소년은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 기회를 얻는데, 한국 청소년은 그렇게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각자 오래 간직한 고민이 이미 풀린 덴마크 사회 이야기를 듣고는 기쁨과 슬픔이 함께 찾아왔나봅니다.

자유학교의 작은 꿈틀거림이 느껴지시나요?

많은 이야기와 눈물을 나누다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금요일 저녁은 삼겹살 파티라네요. 봉 잡았습니다 🙂 고기를 앞에 두니 가라앉았던 기분이 고기압으로 돌아옵니다.

삼위일체. 고기. 쌈장. 채소. 믿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 다들 꿈나라로 떠납니다.

그럴리가 없지요. 성인만 모인 자유학교의 불금은 쉽게 저물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친 사람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커먼룸으로 향합니다. 맥주와 안주가 자유로운 학생들을 반깁니다. 준비한 음식과 음료가 수다를 따라가지 못해 결국 치킨을 배달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수평어 쓰기가 어색했지만,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제게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연애, 결혼, 창업, 삶 등 종잡을 수 없는 주제로 대화가 꼬리를 물었습니다.

이날 나눈 대화를 지면으로 옮기기는 어렵네요. 느낌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놀랐습니다. 만난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신앙도 나이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가족처럼, 어쩌면 가족보다 더 서로 살뜰히 챙겼습니다. 또 바깥이었다면 꺼내기 힘들 얘기도 거침 없이 내뱉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든 자유학교 구성원이 들어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해견과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자유학교에 참가하는 분들이 살아가며 같이 의논하거나 기댈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에 좀 더 욕심을 내자면 내가 사회 변혁에 나설 때 혼자가 아니고 같이할 동료가 있다는 점을 깨닫길 바라요.”

11박12일 일정 속에서도 이정도로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소름마저 돋았습니다.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에 다녀온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점이 한국 강화도 자유학교에서도 실현되고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덴마크가 행복한 사회로 거듭난 비결을 오랜만에 몸으로 느꼈습니다.

저는 새벽 4시까지 버티다 일하러 슬며시 빠져나왔습니다. 결국 이날 기사쓰기는 실패하고 말았지요.

30일. 2017년 마지막 토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춥네요. 그래도 아침 공기가 서울보다 상쾌합니다.

이웃집 개는 어디선가 방석을 가져와 학교 앞에 누워 자네요.

자유학교 구성원이 자유학교에서 기대하는 바를 쪽지에 적어 나무에 내걸었습니다. 한두 개를 몰래 읽어봅니다.

불금 다음날은 늦잠 자야 제맛이죠. 주말에는 조회가 없답니다. 저에겐 천만 다행입니다. 느즈막히 일어나 토스트와 계란으로 가볍게 브런치를 먹은 뒤 다들 커먼룸에 모입니다.

2017년 12월30일 아침 자유학교 풍경. 자유학교 1기와 운영진이 자유여행 일정을 논의했다 (사진: 문화)

2017년 12월30일 아침 자유학교 풍경. 자유학교 1기와 운영진이 자유여행 일정을 논의했다 (사진: 문화)

오늘은 자유여행 날이기 때문이지요. 차를 가져 온 사람을 중심으로 다섯 팀으로 나뉘어 각자 원하는 주제를 좇아 강화도를 누빕니다. 주제가 마음에 들면 뒤로 이름을 적어 신청합니다.

잠옷도 안 갈아입었는데 마음은 벌써 여행을 떠났나봅니다.

참가자가 모두 떠난 뒤 운영진만 학교에 남았습니다. 지난 일주일을 점검하고 앞으로 일을 모색합니다.

덴마크 국제시민대학(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폴케호이스콜레를 다녀온 해견.

덴마크 크로거럽(Krogerup) 폴케호이스콜레를 다녀온 이장(미안. 차마 여기서까지 정우성이라고는 못 쓰겠어).

늘 에너지 넘치지만 사진 찍을 때만 잠깐 비곤했던 민(지못미). 해견과 IPC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IPC 생활을 마친 뒤 전통적인 폴케호이스콜레를 경험하고파 크로거럽에도 다녔습니다.

패셔니스타 문화.

저도 한마디 거들었군요. 뭐라고 했는지는 가물가물하네요. 자유학교 2기 언제 여냐고 물어봤던 것 같은데 아직은 답이 없습니다. 다음 소식이 들리면 자유학교 비공식 미디어 파트너인 NAKED DENMARK가 제일 먼저 전해드리겠습니다 :b

저녁 일정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문화가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년회에 오라고 계속 유혹했지만 먹고사니즘 때문에 짬을 또 내기 어렵더군요. 결국 자유학교 견학은 1박2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떠난 뒤에도 자유학교는 계속됐습니다. 2018년 1월6일 자유학교 1기는 공식적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자유학교에서 얻은, 주체적이면서도 주변과 어울리는 삶을 꾸릴 힘은 각자의 생활 속에서 계속 발휘될 겁니다. 저는 지금도 자유학교에서 만난 친구하고는 수평어를 씁니다.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1기 참가자와 운영진(자유학교 제공)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1기 참가자와 운영진(자유학교 제공)

앞으로 자유학교 소식이 궁금한 분은 자유학교 공식 채널을 구독하길 권합니다. 자유학교 운영진은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자유학교 이야기와 앞으로 계획을 공유합니다. 한국에서도 덴마크처럼 행복한 공동체를 꾸리고 싶은 분은 저와 함께 자유학교 다음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시죠.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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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계에서 일하다 행복의 비결을 찾고자 덴마크로 떠났습니다. 코펜하겐에서 1년 동안 살았습니다. 살다 보니 덴마크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을 시나브로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어 NAKED DENMARK를 창업했습니다. 저널리즘을 떠받치는 먹고사니즘을 궁리합니다. 스타트업과 사회복지제도에 관심 많습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이메일 andersen@nakeddenmark.com / 페이스북 fb.com/nuribit0 / 트위터 @nuri_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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