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온 비서양인 덴마크 이민자 4명 중 1명은 ‘날품팔이’

비서양인 고학력 이민자 4분의1은 덴마크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날품팔이’로 연명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서양인 이민자가 덴마크에서 취직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으나, 고학력 이민자마저 취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독립 사회복지 연구기관인 록울재단(Rockwool Fonden)은 6월 발표한 ‘이민자 교육 수준’ 조사 결과를 <DR>이 인용해 6월6일 보도했다. 록울재단은 2004년부터 2016년 6월30일까지 덴마크에 이민 온 17만6126명에게 설문지를 발송해 37%인 6만5297명에게 답변을 받았다. 이 분야에서 이번같은 대규모 조사는 13년 만에 처음 실시됐다. 록울재단은 “덴마크 사회는 이민자 문제를 풀어낼 능력이 태부족”인데 “이민자의 교육 수준에 관한 자료를 2004년 이후 체계적으로 수집한 적이 없다는 점이 놀랍다”라고 꼬집었다.
 

이민자가 덴마크인보다 교육 수준 높아

서양 출신 덴마크 이민자는 전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았다. 덴마크인보다도 높았다. 서양인 이민자는 27%가 고등교육을 받은 반면 덴마크인은 11%뿐이었다. 비서양인 덴마크 이민자가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도 14%로 덴마크인에 앞섰다.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구조(출처: 유네스코)
덴마크 교육 시스템의 구조(출처: 유네스코)

덴마크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폴란드다. 폴란드 출신 덴마크 이민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만9300명은 직업 교육을 받았다.
비서양인 덴마크 이민자 중 대다수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이다. 이들은 교육 환경도 열악했다. 53%가 초등교육을 받는데 그쳤고, 고등교육까지 올라간 이는 5%뿐이었다. 시리아 출신 난민의 교육 수준은 터키, 이라크, 이란, 레바논, 파키스탄 출신 난민보다 낮았다. 66%가 초등교육만 받았고, 고등교육에 올라간 이는 3%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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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높을 수록 취직하기 좋아

일반적으로 얘기해 덴마크 노동 시장에서는 학력이 높을 수록 직장을 얻기 쉬웠다. 초등교육을 마친 덴마크인 59%가 일하는 반면, 대학교 이상 고학력 덴마크인은 92%가 일을 한다고 답했다.
이런 경향은 이민자한테도 마찬가지였다. 25세~64세 비서양 출신 이민자 중 초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40%만 직장에 다녔다. 반면 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고학력자는 취업률이 66%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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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양인 이민자 교육 혜택 제대로 못 받아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임금도 많이 받았다. 고등교육을 받은 덴마크인의 시간당 임금은 초등교육만 마친 덴마크인의 그것보다 66% 높았다.
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비서양 출신 이민자의 시간당 임금은 초등교육만 마친 덴마크인보다 40%만 높았을 뿐이다. 이것도 고등교육을 덴마크에서 받았을 경우에 그렇다. 만일 비서양 출신 이민자가 자국에서 고등교육을 마치고 덴마크에 와서 취직한다면 초등교육만 이수한 덴마크인과 임금 격차는 12%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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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대학 공부한 비서양인 이민자 4명 중 1명은 ‘날품팔이’

더 큰 문제는 비서양 출신 이민자가 대학교까지 나왔다고 해도 덴마크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덴마크인은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면 취업이 거의 확정된다. 교육과정을 마친 뒤 비숙련 직종에서 일하는 덴마크인은 1%뿐이었다. 반면 비서양 출신 이민자는 고등교육까지 마친 뒤에도 10%가 비숙련 노동자로 일했다. 고등교육을 고국에서 받은 경우는 더 심각하다. 25%가 비숙련 직종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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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비서양권 국가 출신 덴마크 이민자 4분의1은 비숙련 노동자로 산다. 비서양인 출신 이민자가 덴마크 노동시장에서 홀대받는 이유로 은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비서양권 학력이 덴마크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출신 국가에 따라 고등교육이라도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덴마크어를 못한다. 록울재단은 덴마크 노동 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해외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과정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비서양인 고학력 이민자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풀이했다.
<DR>은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샤자드 타리크(Shahzad Tariq)를 인터뷰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42세 타리크 씨는 전자상거래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금융업계에서 5년 동안 일하다 덴마크에 왔지만 택시를 몬다. 그는 “집에 세 아이와 아내가 있기 때문에 매일 식탁에 올릴 음식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택시기사로 일하는 이유를 털어놓았다.
타리크 씨가 처음 덴마크에서 구한 일자리는 코펜하겐에 한 식당의 접시닦이였다. 그는 2년 전 택시기사로 전향했다. 그동안 공부한 덴마크어를 연습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2년 안에 전문성을 살려 덴마크 금융계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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