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메디콘밸리] 창업 4년 만에 美 진출한 ‘에이드큐브’의 비결은?

[메디콘밸리] 창업 4년 만에 美 진출한 '에이드큐브'의 비결은?

올해 초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 Go)가 한국을 뜨겁게 달궜다. 알파고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과 머신러닝도 덩달아 회자됐다.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컴퓨터가 입력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학습의 결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결정이나 예측을 할 수 있다. 머신러닝을 구현하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한 가지가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머신러닝 기술을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해 미국에 진출한 덴마크 스타트업이 있다. 에이드큐브(AidCube)다. 에이드큐브는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안하는 원격 진료·재활 플랫폼을 개발했다.2012년 앨런 머피 브룬(Allan Murphy Bruun) 최고경영자(CEO)와 테디 코르뢰브 닐슨(Teddy Kårløv Nielsen) 최고기술이사(CTO) 두 사람이 세웠다.

에이드큐브는 덴마크 흐비도브르(Hvidovre) 병원·프레더릭스버그(Frederikberg) 병원·실케보그(Silkeborg)시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환자 대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에이드큐브는 환자 재활 훈련 계획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했다. 환자와 치료사가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보조하는 기능도 포함했다. 기능만 얼핏 보면 평범한 원격진료 플랫폼처럼 보인다.

하지만 에이드큐브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덴마크 대형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과 함께 살다시피 시간을 보냈다. 병원에서 사실상 생활한 시간만 1,000시간이 넘는다. 이렇게 밀착해 얻은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플랫폼에 녹여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태어난 지 4년 만에 미국에 진출했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교(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병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사무실을 차렸다. UCSF는 병원 시설과 의학 연구 성과로 미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대학교다. 에이드큐브는 UCSF 병원에  환자가 집에서 폐 재활훈련을 하도록 돕 앱 기반 플랫폼을 제공한다.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앨런 머피 브룬 CEO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주로 머문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앨런 머피 브룬 CEO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샌프란시스코 날씨를 물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힐러뢰드 병원에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는 모습(출처: AidCube)

힐러뢰드 병원에서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는 모습(출처: AidCube)

남윤경 에디터: 미국 진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덴마크에서 했던 프로젝트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사실 에이드큐브의 덴마크 내에서 성과도 대단합니다. 스타트업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부 과제에 참여한 비결이 무엇인가요?

앨런 머피 브룬 에이드큐브 CEO: 우리는 의료 전문가, 덴마크 병원 관계자 그리고 환자와 1,000시간이 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COPD는 물론이고 다른 질병도 대상으로 연구개발했습니다. 의사, 간호사, 전문 치료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어떻게 환자를 대하는지 배우고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우리 플랫폼에 녹여냈습니다. 동시에 임상 연구도 진행했죠.

이 모든 과정이 덴마크 정부나 덴마크 병원한테 신임을 얻은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전문가가 오랜 기간 저희를 지켜보며 우리가 꽤 진지한 태도로 헬스케어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회사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이게 저희가 COPD 환자 대상 원격 진료 및 재활 프로젝트에 참여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남: 덴마크에선 스타트업이 정부 과제에 참여하는 일이 일반적인가요?

브룬: 덴마크 정부도 물론 대기업과 함께 과제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위한 기회도 남겨두지요. 대기업이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덴마크 지방자치단체가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는 쪽을 선호합니다. 스타트업이 고객의 의견을 더 경청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헬스케어 관련 과제에서는 환자가 고객입니다. 그 결과 스타트업이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AidCube의 데이터분석 화면 예시(출처: AidCube)

AidCube의 데이터분석 화면 예시(출처: AidCube)

남: 사실 덴마크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자신만의 원격진료 및 재활 플랫폼을 개발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미 개발된 플랫폼도 꽤 있죠. 수많은 원격 진료 및 재활 플랫폼과 비교해 에이드큐브 플랫폼이 갖는 장점 또는 차별점이 무엇인가요?

브룬: 저희 플랫폼은 4년간 덴마크와 미국의 전문가한테 얻은 지식과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정말 많은 전문가가 가진 지식을 저희 플랫폼 안에 녹여냈지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는 저희 제품이 지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는 저희가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넣어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을 찾는 데 활용합니다. COPD 환자 재활 프로젝트도 이런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치료법을 최적화했습니다. 저희 플랫폼의 장점이자 차별점은 이것입니다.

남: 현재 UCSF 병원에 에이드큐브 플랫폼을 공급하는 것으로 압니다. 에이드큐브 데이터베이스도 덴마크만 아니라 미국 전문가한테도 얻었다고 하셨는데요. 미국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브룬: 3년 전 헬스케어 산업에 종사하는 덴마크 기업이 실리콘밸리로 출장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캘리포니아에 사는 덴마크인 컨설턴트를 알았어요. 그 분은 캘리포니아 내에서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계셨죠. 그 분이 개인적으로 알던 UCSF 병원의 메디컬 디렉터를 저희에게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때 소개 받은 분이 현재 우리 회사 의학 자문으로 계시는 스티븐 헤이즈 박사입니다. 그 분이 저희 플랫폼을 개발하고 개선하는데 의학적인 도움을 많이 줬습니다. 그렇게 UCSF 병원과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남: 그런 인연이 있었다고 해도 설립한 지 4년 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미국 대학병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브룬: 맞아요. 저희가 생각해도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도 했지요. UCSF 관계자도 저희가 그동안 덴마크에서 쌓은 경력과 임상 시험 데이터를 보고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작은 스타트업이 캘리포니아에 있는 큰 대학병원과 계약을 맺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덴마크 대형병원과 협업을 했던 경험 덕분에 UCSF 병원의 파트너사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남: 의료계는 에이드큐브가 개발한 플랫폼을 어떻게 평가하던가요?

브룬: 의료계 반응은 대게 긍정적이었습니다. 의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미래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단 노령 인구가 증가할수록 현재 의료시스템으로는 만족할 만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노년층도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죠. 노년층도 이제 스마트폰으로 쇼핑도 하고 택시도 부르죠. 헬스케어 플랫폼 사용도 못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점점 많은 의사가 환자들이 이런 플랫폼을 실제로 원하고, 플랫폼 또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일부 의사나 간호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술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은 의사나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와 환자가 상호작용해야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플랫폼이나 앱 한 개만 갖고는 안 되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은 기존 헬스케어 시스템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할 뿐입니다.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려고 말이죠.

남: 에이드큐브 플랫폼은 웹 포털과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것을 어려워하시는 노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브룬: 노년층에게 스마트 기기나 앱 사용법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COPD 프로젝트는 목표 연령이 평균 60세였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수많은 테스트를 하고 우리 앱을 최적화했지요.

일단 앱 안에 모든 글자와 아이콘을 일반 앱보다 2배에서 3배가량 키웠습니다. 보고 터치하기 쉽도록 말이죠. 프로젝트 참가자 중에 80세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이 분은 예전에 아들에게 아이패드를 선물 받았는데 사용하기 힘들어서 돌려줬답니다. 그 때 이후로 아이패드를 안 좋게 생각해서 처음 저희 앱을 사용하기 싫어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앱을 실행해 보여드렸죠. 저희 앱 안에 커다란 글자와 아이콘을 보고 “굉장하다”, “정말 쓰기 좋다”라며 감탄했어요. 그 뒤로 이 분은 저희 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되셨죠. 노년층이 쓰기 쉽도록 디자인하면 노년층도 충분히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스마트펜으로 AidCube 앱을 사용하는 모습(출처: AidCube)

스마트펜으로 AidCube 앱을 사용하는 모습(출처: AidCube)

남: 홈페이지 사진 속 노인들은 스마트 펜을 사용하던데 이것도 노인 환자가 앱을 쉽게 쓰도록 하려는 방안 중 하나인가요?

브룬: 네,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스마트 펜을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 가운데 30% 가량이 스마트 펜으로 앱을 씁니다. COPD 환자 중 일부는 약물 부작용 때문에 손 떨림 증상이 있는데요. 이 경우는 손으로 직접 터치하기보다 스마트 펜을 이용하는 쪽이 더 편합니다.

남: 에이드큐브는 메디콘밸리 얼라이언스(MVA∙Medicon Valley Alliance) 소속 기업입니다. MVA 회원으로서 메디콘밸리가 주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브룬: MVA 소속 병원이나 의료 전문가와 함께 일하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특히 코펜하겐 대학병원은 스타트업 기업에게 개방적이에요. 저희도 코펜하겐 대학병원과 같이 일했어요. 그들이 없었다면 의학 지식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고 제대로 된 제품도 못 만들었을 거예요.

남: 그렇다면 단점도 있을까요?

브룬: 메디콘밸리 내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저희말고도 수많은 기업이 메디콘밸리에 있는데 그 회사도 모두 병원이나 의료전문가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덴마크 스타트업의 수준이 꽤 높은 편이죠. 그 틈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요. 저희 입장에선 단점이지만 덴마크 전반으로 봤을 땐 장점이기도 하죠.

남: 마지막으로 한국의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종사자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브룬: 환자나 의료전문가와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사무실에만 앉아 연구하며 완벽한 솔루션이 만들어지길 기대하면 안 됩니다. 계속 테스트해보세요. 만든 제품이 제대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하고 사용자가 당신이 예상한 대로 사용을 하는지 아닌지 지켜보세요.

저는 미국의 스타트업 전문가 스티브 블랭크 교수가 한 말을 좋아해요. “사무실을 나와라. 그리고 현실로 뛰어들어라.”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고객이나 사용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세요.

Share

한국에서 바이오센서 공부를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진심으로 원하는 일, 진심으로 누리고픈 행복에 갈증을 느꼈습니다. 그 해답을 얻고자 덴마크에 왔습니다. 메디콘밸리가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는 덴마크에서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메일 yknam.nd@gmail.com

의견을 남겨주세요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도구 모음으로 건너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