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의 영화관] 따뜻한 시골 사람들의 잔인한 마녀 사냥 ‘더 헌트’

“탕!”. 주인공 루카스가 사냥터에서 사슴을 발견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사슴은 맥없이 쓰러진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체 모를 사냥꾼이 루카스에게 총구를 겨눈다. 루카스는 숲 속의 사슴처럼 마녀 사냥의 사냥감이 된다. 영화는 평화롭던 마을에서 일어난 마녀 사냥에 관한 이야기이다.
덴마크의 작은 마을. 주인공 루카스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유치원 교사다. 부인과 이혼하고 작은 마을에 혼자 살지만, 친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아끼는 학생이자 친한 친구의 딸인 클라라가 거짓말을 한다. 루카스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말이다. 이 거짓말은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고, 사람들은 루카스를 범죄자 취급하기 시작한다. 루카스는 한 순간에 친구의 딸을 성폭행한 범죄자가 된다.
루카스의 이야기는 현대판 마녀 사냥을 덴마크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고 그동안 보았던 관련 사건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더 헌트>는 지역과 시대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마녀 사냥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보여준다.

“세상은 악으로 가득 차 있지만 힘을 합쳐 막으면 물리칠 수 있어.”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루카스의 절친한 친구 테오가 말한다. 테오가 루카스를 용서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1년 뒤 다시 찾은 의문의 사냥꾼이 루카스에게 총격을 가한다.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테오의 말에 의문을 남기며 끝난다. 과연 인간의 선함은 악함을 이길 수 있을까? 감독이 내놓은 답은 ‘아니다’인 듯 하다.
인간은 겉으로는 따뜻하고 선한 존재처럼 보여도 이면에는 항상 잔인함을 숨겨두고 언제든 이를 표출할 기회를 엿보는 것 같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보며 기회를 엿보듯 말이다. 악한 본성이 이따금 마녀 사냥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곤 한다. 잔인한 본성은 끔찍한 살인으로 치닫기도 한다. 감독은 루카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차가운 본성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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