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창업주 4세대, 그룹 바통 넘겨 받아

레고그룹 토마스 커크 크리스챤센 부회장(왼쪽)과 지주회사 커크비 키엘드 커크 크리스챤센 회장. 레고 창립주 가문 3세대와 4세대로 부자 관계다 (제공: 레고그룹)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회사 레고(LEGO Group)가 창업주 4세대를 주인으로 맞았다.

레고는 4월27일 키엘드 커크 크리스챤센(Kjeld Kirk Kristiansen) 레고그룹 전 부회장이 아들 토마스 커크 크리스챤센(Thomas Kirk Kristiansen)에게 부회장직을 승계한다고 발표했다. 아버지는 부회장에서 이사로, 아들은 이사에서 부회장으로 명패를 맞바꾸며 창업주 3세대가 들고 있던 주도권을 4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이는 수 년 동안 진행된 레고그룹 가업 승계 작업의 마무리 절차다.

레고그룹 토마스 커크 크리스챤센 부회장(왼쪽)과 지주회사 커크비 키엘드 커크 크리스챤센 회장. 레고 창립주 가문 3세대와 4세대로 부자 관계다 (제공: 레고그룹)

레고그룹 토마스 커크 크리스챤센 부회장(왼쪽)과 지주회사 커크비 키엘드 커크 크리스챤센 회장. 레고 창립주 가문 3세대와 4세대로 부자 관계다 (제공: 레고그룹)

커크 크리스챤센 가문은 올레 커크 크리스챤센(Ole Kirk Kristiansen)이 1932년 레고를 세운 뒤 줄곧 레고그룹을 보유하고 운영했다. 지분 75%를 커크 크리스챤센 가문이 세운 투자회사인 커크비(KIRKBI)가 갖고, 나머지 25%은 레고그룹이 꾸린 레고재단이 보유한다. 레고재단은 레고가 장난감을 넘어 교육 보조 용품으로 쓰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지원한다. 커크 크리스챤센 가문은 각 세대마다 한 명을 골라 가문과 레고그룹, 레고재단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긴다. 다른 가족은 가문의 핵심 가치를 전파하는 레고 대사이자 주주로서 가업을 돕는다.

토마스 부회장은 레고그룹 부회장직과 레고 재단 사장을 겸한다.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키엘드 이사는 지주회사 커크비 회장으로 남는다. 키엘드 이사가 2007년 여동생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사들인 뒤 커크비는 키엘드 회장과 세 자녀가 100% 소유한다.

토마스 부회장은 기꺼이 가업을 잇겠다는 뜻을 전했다.

“레고그룹은 제게 언제나 단순한 회사 이상이었습니다. 우리 가문의 사업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면서 자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놀이와 교육을 향한 열정이 우리 가문의 동력입니다. 저는 이 유산을 이어가는 일을 중시합니다.”

“창업주 가문은 앞으로도 CEO 안 한다”

주인이 바뀌어도 경영권은 그대로 이어진다. 토마스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크리스챤센 가문은 앞으로 (레고그룹) CEO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가문의 독단적 경영이 불러온 위기를 교훈으로 간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레고는 사업 다각화 등 경영 실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2004년 키엘드 회장은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에게 레고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겼다. 레고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CEO를 맡은 외부인은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Jørgen Vig Knudstorp)다.

취임할 때 33세였던 예르겐 CEO는 핵심 사업을 뺀 군살을 걷어내고 레고 블록 사업에 집중했다. 쓰지 않는 블록을 없애 생산 비용을 줄이고 유통 구조를 혁신했다. 대신 레고 제품군을 확장하는데 힘쏟았다. 월트디즈니와 워더브라더스픽처스와 손잡고 2014년 개봉한 레고무비(The Lego Movie)는 새로 태어난 레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적자에 허우적대던 레고그룹을 ‘기업 혁신의 교과서’로 거듭났다. 레고그룹은 2015년 매출액을 전년 대비 25%나 끌어올리며 세계 140여개 나라에서 358억크로네(5조원)를 벌어들였다. 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14년에 비해 30% 오른 91억크로네(1조3000억원)였다.

왼쪽부터 레고그룹 신임 부회장 토마스 커크 크리스챤센과 지주회사 커크비 회장 키엘드 커크 크리스챤센,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레고그룹 CEO (제공: 레고그룹)

왼쪽부터 레고그룹 신임 부회장 토마스 커크 크리스챤센과 지주회사 커크비 회장 키엘드 커크 크리스챤센,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레고그룹 CEO (제공: 레고그룹)

예르겐 비그 크누스토르프 레고그룹 CEO는 순조로운 가업 승계를 반겼다. “순조로운 승계 과정은 커크 크리스챤센 가문이 소유주로서 앞으로도 적극적이고 헌신적으로 나서겠다는 확실한 증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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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계에서 일하다 행복의 비결을 찾고자 덴마크로 떠났습니다. 코펜하겐에서 1년 동안 살았습니다. 살다 보니 덴마크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을 시나브로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어 NAKED DENMARK를 창업했습니다. 저널리즘을 떠받치는 먹고사니즘을 궁리합니다. 스타트업과 사회복지제도에 관심 많습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이메일 andersen@nakeddenmark.com / 페이스북 fb.com/nuribit0 / 트위터 @nuri_bit

Comments

  1. […] 말했다. 그는 <BT>와 인터뷰에서 덴마크 왕족과 레고 창업 가문인 커크(Kirk) 크리스챤센 집안이 너무 가깝다고 […]

  2. […] 올레 커크 크리스챤센(Ole Kirk Kristiansen)이 1932년 회사를 세운 뒤로 줄곧 커크 크리스챤센 가문이 소유하고 운영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경영 실책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뒤 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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