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노조 가입한 덴마크 청소 플랫폼 업체 힐퍼, 기대 밑도는 성과 공개

플랫폼 업체로서 세계 최초로 노동조합에 가입해 세계에서 이목을 끌어모은 덴마크 가정 청소부 연결 서비스 힐퍼(Hilfr)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공개했다. 전체 청소부 가운데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7명 중 1명 뿐이었다. <DR>이 11월27일 보도한 소식이다.
2017년 6월 창업한 힐퍼는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 노동을 디지털화하고 노동 조건을 열악하게 만들며 스스로 혁신적이라고 주장”한 탓에 공유경제가 오명을 썼다고 지적하며 2018년 4월10일 덴마크 최대 노조 3F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세계 최초로 플랫폼 사업자가 노조에 가입한 사례로 정재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스테판 모르텐센 힐퍼 공동창업자는 “노동자에게 좋은 노동 조건을 제공하면서도 신기술이 가져온 기회를 활용하는 길을 제시했다”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요란했던 축포 소리에 비해 실제 성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힐퍼와 3F는 2018년 8월1일부터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시범 운영했다. 그동안 힐퍼 플랫폼에서 일을 찾은 212명 중 단체협약에 가입한 사람은 7분의1인 32명에 그쳤다. 이들이 처리한 주문량은 전체 35%였다.
힐퍼 플랫폼을 이용하는 청소부에게 단체협약에 가입은 필수가 아니다. 100시간 이상 업무를 처리한 청소부는 단체협약에 가입해 ‘수페르 힐퍼'(Super Hilfr)가 될 자격을 얻는다. 수페르 힐퍼가 되면 플랫폼 업체인 힐퍼에 실제로 고용돼 단체협약에 가입되는 구조다. 다양한 수당을 포함해 시간당 최소 141.21크로네(2만5천 원)를 받는다. 직원이 됐으니 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고용계약을 맺는 일은 물론이고 해고 시에도 직원과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하지만 시급을 높게 요구해야 하니 저렴한 서비스를 찾는 고객에게는 외면받을 가능성도 생긴다. 이게 싫으면 기존처럼 ‘프리랜스 힐퍼'(Freelance Hilfr) 자격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최저 시급을 받으며 일하면 된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첫 발을 뗐을 뿐, 실망하기는 일러

공동창업자 니콜라이 키에르(Nicolai Søndergård Kjær)는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했다.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옳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고 봅니다. 끝났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길을 떠났을 뿐입니다.”
힐퍼와 단체협약을 맺은 3F 역시 저조한 가입률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티나 매즈센(Tina Møller Madsen) 3F 위원장은 더 많은 사람이 단체협약으로 보호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세상이 적절한 임금과 노동 조건을 제공하도록 기준을 제시합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을 단체협약에 가입시키고 싶지요.”
세계 최초로 플랫폼 업체가 노조에 가입한 이 시범사업은 2019년 8월1일자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힐퍼와 3F가 정식으로 협약을 만들지 못해 2019년 말까지 잠정 연장됐다.
 

노조 가입해 비싸진 플랫폼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할 지는 미지수

플랫폼 노동자에게 더 나은 노동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높이 살 만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소비자에게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가 덴마크 노동시장 안에서는 작동할지 몰라도, 플랫폼 업체는 국경을 넘어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펜하겐대학교 고용관계연구센터(FAOS)에서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안나 일쇠(Anna Ilsøe) 교수는 “거대 외국계 플랫폼 업체가 무척 낮은 임금과 노동 조건으로 시장에 진입해 노조에 가입한 업체에서 (고객을) 빼앗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힐퍼도 이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니콜라이 키에르 공동창업자는 현재 시장 구조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노조에 가입한 힐퍼의 서비스를 구매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가격을 너무 높이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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