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삭감하면 학교 문 닫는다” 덴마크 자유학교 36곳 호소

덴마크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민간이 설립한 자유학교와 사립학교에 지급하는 정부 지원금을 평균 76%에서 71%로 삭감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계에서 반발이 잇따른다. 자유학교 36곳은 정부지원금 삭감시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항변했다. <DR>이 11월3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 정부가 삭감하겠다고 예고한 자유학교 및 사립학교 지원 예산은 3억 크로네(520억 원)다. 학생 1명당 2994크로네(51만5700원) 꼴이다. 사민당은 올해 총선 공약으로 자유학교에 쓰던 교육 예산을 공립학교로 돌려 공립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덴마크 아동교육부(Børne- og Undervisningsministeriet)는 자유학교와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만큼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립학교와 달리 자유학교와 사립학교는 학습 장애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학생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자유학교연합(Dansk Friskoleforening)은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유학교와 사립학교 역시 특별 관리가 필요한 학생을 입학시키며, 오히려 인구가 적은 지방에 살아 공립학교까지 멀리 통학해야 하는 학생에게는 인근에 자유학교가 있기 때문에 선택권이 생긴다는 논지다.

정부 “자유학교에 예산 절감 여력 충분”

아동교육부에 따르면 운영비 71%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받은 2014년 덴마크 전체 자유학교와 사립학교 550곳이 신고한 잉여금은 6300만 크로네(108억5000만 원)였다. 예산 지원 비중이 76%로 오른 2018년 덴마크 자유학교와 사립학교가 계좌에 남겨둔 잉여금은 3억 크로네(520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잉여금이 쌓이는 현상 자체가 지원금을 삭감해도 된다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덴마크 자유학교와 사립학교가 “과도한 돈을 받는다”(overbetales)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유학교 측은 잉여금이 학교 운영에 필요한 지출 준비금이라고 반론했다. 페테르 페데르센(Peter Bendix Pedersen) 자유학교연합회장은 “잉여금이 건전한 운영 여건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창을 교체하거나, 건물을 유지보수하거나, IT나 교보재에 투자하거나, 교사를 훈련할 때도 잉여금이 필요합니다.”
 

36개 자유학교 “예산 삭감시 폐교 위기”

<DR>은 전체 자유학교와 사립학교에 예산 삭감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고 물었다. 333개교가 응답했다. 이 가운데 36곳은 예산 삭감시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폐교 위기를 호소한 자유학교 대다수는 외진 곳에 있었다. 9개교는 유틀란트 반도 북부, 9개교는 유틀란트 반도 중부, 12곳은 덴마크 남부 지역에 있었다. 5개교는 수도권, 1개교는 셸란섬에 있었다.
교욱부는 지원금 삭감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외곽 소재 자유학교를 지원하는데 예산 7500만 크로네(129억2800만 원)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예산으로 폐교 위기 자유학교를 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문가는 꼬집었다. VIA전문대학(VIA University College) 연구개발총괄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Andreas Rasch-Christensen)은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에 7500만 크로네를 지원하는 일은 훌륭하지만 이 돈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인구가 적은 지역부터 자유학교와 사립학교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구도 줄어들 겁니다. 그 동네에 살 만한 이유가 없으니까요. 우리가 이미 알 듯, 학교는 지역 공동체가 지속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페르닐레 테일(Pernille Rosenkrantz-Theil) 아동교육부 장관은 7500만 크로네 예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모든 학교에서 3억 크로네를 고르게 거둬들여, 문제를 겪는 학교만 특정해 7500만 크로네를 지원하면 예산은 충분합니다.”

여당마저 반대하지만 교육부 장관은 강경

사민당 정부가 계획한 대로 교육 예산을 재배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계의 거센 반론 못지 않게 국회에서도 반대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모든 야당은 물론이고, 사민당 단독 정부 수립을 지지한 여당 사회인민당(Socialistisk Folkeparti), 급진자유당(Radikale), 적녹연맹당(Enhedslisten) 등도 이미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사민당 정부는 자유학교 지원금 삭감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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