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 코펜하겐 하늘에 ‘기저귀 찬 트럼프’ 날아오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2일부터 3일까지 이틀 간 덴마크 국빈 방문을 예고하자 덴마크 사회가 분주하다. 재계는 미국 대통령 방문을 미국 시장 진출 기회로 삼자고 반색했다. 반면 시민 사회에서는 수 천 명이 한 달 전부터 반대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반대 집회에 수천 명 참가 예고

흑인인권운동 단체 BLM 덴마크(Black Lives Matter Denmark)는 9월2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코펜하겐 소재 주덴마크미국대사관 앞에서 ‘멈춰 트럼프’(Stop Trump) 집회를 연다고 8월6일 발표했다. 아직 정확한 정보도 없이 트럼프 반대 집회를 준비한다는 소식만 공유했는데도 1만7천 명이 관심을 보이고, 2천4백 명이 참석하겠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반대 집회의 목적은 인종 차별과 이슬람과 난민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항의하는 것이다. 또 과학과 기후 변화를 무시하고,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며, 이윤을 얻으려 전쟁을 벌이는 제국주의적 외교 정책에도 반대한다.

BLM Denmark 제공(사진 Gage Skidmore, CC BY-SA. 디자인 Robyn Kanner CC BY-NC)
BLM Denmark 제공(사진 Gage Skidmore, CC BY-SA. 디자인 Robyn Kanner CC BY-NC)

 

기저귀 찬 트럼프, 코펜하겐 하늘 난다

트럼프 반대 집회에는 큰 볼거리도 동행한다. 6미터 짜리 베이비 트럼프(Baby Trump) 인형이 덴마크로 날아오기 때문이다. 베이비 트럼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아적인 태도를 비판하려고 미국 시민단체가 만든 대형 풍선이다. 우스광스러운 표정을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핀으로 고정한 유아용 기저귀를 찬 채 30미터 높이에 전시된다.
덴마크 시민활동가 모르텐 스코우고르(Morten Skovgaard)가 트럼프 반대 집회에 맞춰 베이비 트럼프를 덴마크로 데려오자는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대형 풍선을 항공편으로 운반해야 해 10만 크로네(1825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들은 유니티 테크놀로지(Unity Technologies) 창업자 니콜라스 프란시스(Nicholas Francis) 8월6일 <베를링스케>와 인터뷰에서 베이비 트럼프 운송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모금 운동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베이비 트럼프를 덴마크로 데려오겠다는 얘기다.
유니티는 가장 널리 쓰이는 게임 엔진을 만들얼 배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 세계에 2천여 명을 고용했다. 니콜라스 프란시스는 아들을 키우는데 전념하느라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기업가가 트럼프 반대 집회를 지원하면 역풍을 맞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그는 간단히 일축했다.
“익명으로 지원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어요. 저는 제가 옳다고 믿는 일에 힘을 보탤 뿐입니다. 저는 그저 약간의 해학을 보태고 싶은 돈 많은 주부남편일 뿐입니다.”
베이비 트럼프 유치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Action Group Baby Trump Denmark)는 코펜하겐 시내에서 베이비 트럼프 인형을 날리기 위해 경찰청과 코펜하겐시, 덴마크 교통국(Trafikstyrelsen)에 문의해 둔 상태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9월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코펜하겐 하늘에서 베이비 트럼프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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