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비] 나는 왜 덴마크에 가는가

2018년 8월 청소년 교육자 6명이 강남 한 카페에 둘러 앉았다. 해외 교육 사례를 조사해 공유하려고 모인 첫 번째 자리였다. 북유럽 교육 사례를 나누며 대화하는 동안 가슴이 뛴다는 것을 느꼈다. 그 떨림은 쉽게 가라 않지 않았다. 며칠 뒤 그 자리에 모인 6명은 함께 북유럽에 가기로 결심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앞으로 그 과정을 하나씩 소개하려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왜 내가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교육 현장을 직접 탐사하기로 결정했는지 적어보겠다.
 

철학 없는 성장의 후유증

한국은 세계적 경제 강국에 속한다. 글로벌 기업 순위에도 한국 기업이 있고, 해외 여행을 가도 국내 기업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경제도 빨리 성장했다. 1950년 6·25 전쟁으로 국가 전체가 폐허가 된 뒤로 70여 년 만에 변화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들 정도다.
빨리 성장하는 와중에 내실은 놓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출산율 최하위, 청소년 공부시간 최상위, 노동시간 최상위라는 지표를 봤을 때는 이 문제가 내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가장 관심을 두는 다음 세대 청소년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준다는 점이 정말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문제 의식을 품고 주위를 둘러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그나마 조금은 남아있던 공동체 의식은 이제 거의 소멸했다. 당장 눈 앞에 문제가 절박한 한국인은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직장, 돈과 출세, 경쟁에서 승리, 자녀의 성공을 목표 삼아 뛰었다. 방향을 고민하지 못한 채 뛰다 보니 근본적인 불안에 시달렸다. 불안함을 잊으려고 또 달렸다.
내가 일하는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는 돈을 벌고 출세하려면 입시에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수학능력시험을 잘 치른다는 목표를 위해 동원되는 방식은 한국 사회와 닮았다. 수동적 교육, 암기 일변도 학습, 질문하지 않고 정답만 찾는 수업, 협력을 배재한 경쟁 중심 교육이 강행되고 있다.

2016년 1월18일 방문한 덴마크 Øster Farimagsgades Skole 교실(임상혁 촬영)
2016년 1월18일 방문한 덴마크 Øster Farimagsgades Skole 교실(임상혁 촬영)

 

북유럽 교실에서 마주한 행복한 청소년

무엇이 잘못된 걸까. 답을 찾으려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검색했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가 줄줄이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 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2016년 1월 스웨덴 교육청에서 간부를 역임한 황선준 박사와 북유럽에 다녀올 기회를 얻었다. 교사 20여 명과 7박8일 동안 덴마크·스웨덴·핀란드 교육 현장을 탐방하고 돌아왔다.
탐방 기간은 너무나 짧았지만 충격은 오래 남았다. 수업료는 물론이고 교과서, 노트, 급식, 준비물, 수업에 필요한 교구까지 폭 넓게 지원하는 무상 교육 제도. 일방적 강의보다 실질적 경험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교육 방식.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학교 평균 성적보다 학생 개개인의 발달에 초점을 맞추는 평등주의. 정답을 맞히는 요령을 가르치기 보다 학생의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 창의성을 키우려는 원리 중심 교육. 서술 능력과 논술 능력을 육성하려는 체계적 평가와 피드백 제도 등 신선한 점이 가득했다.
각지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마주한 행복 가득한 학생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 북유럽 학생이 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어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팀으로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교육 현장을 장기 답사할 채비를 하는 중이다.
 

플래닛비 임상혁의 덴마크 교육 답사기

  1. 나는 왜 덴마크에 가는가
  2. tvN ‘수업을 바꿔라’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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