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자유학교는 선물이다” 자유학교 2기 참가 후기

한국에도 덴마크처럼 행복한 인생을 도모하는 학교가 있다. 자유학교다.
자유학교는 덴마크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를 다녀온 사람이 모여 만든 한국형 성인 인생학교다. ‘쉼과 전환을 위한 안전한 실험실’을 표방하며, 다른 참가자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돌보며 다음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나는 자유학교 2기에 참가했다. 1기는 2017년 연말연시에, 2기는 2018년 12월25일부터 2019년 1월1일까지 7박8일 동안 열렸다.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강화도 꿈틀리인생학교를 방학 중에 빌려 썼다.
프로그램 구성은 단촐했다. 오전 아침열기를 시작으로 오전 및 오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했는지 궁금하면 자유학교 웹사이트를 참고하자.
내게 가장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조르바의 춤’이었다. 몸치인 내게 모든 것이 허용되는 움직임 속에서 나와 상대의 이유와 만나는 순간은 매우 신비로웠다. 몸을 움직이며 내 감정·감각·욕구를 알아차렸다.

몸의 감각을 일깨워 자기를, 나아가 타인과 관계를 새롭게 깨닫는 조르바의 춤 시간(자유학교 제공)
몸의 감각을 일깨워 자기를, 나아가 타인과 관계를 새롭게 깨닫는 조르바의 춤 시간(자유학교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아침열기’다. 매일 아침 9시30분부터 10시까지 정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앞서 몸을 푸는 자리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 교가를 부르듯, 마치 한 공동체에 속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계 뉴스도 나눴다. 지금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기사를 함께 읽으며, 자유학교 참가자(자유인)가 우리끼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매일 아침 정식 프로그램 시작 전 모여 자기 마음 상태를 나누고, 앞으로 하루 일과를 짚고 넘어가는 아침열기 시간(자유학교 제공)
매일 아침 정식 프로그램 시작 전 모여 자기 마음 상태를 나누고, 앞으로 하루 일과를 짚고 넘어가는 아침열기 시간(자유학교 제공)

나는 프로그램보다 자유학교의 문화에서 더 많은 것을 얻었다. 5개 키워드로 내가 본 자유학교 문화를 정리했다.

자유학교는 존중이다

개인이 있는 그대로 자기를 존중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기쁨, 슬픔, 분노, 무기력, 동정, 사랑 등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았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싫다고 해도 그 선택을 마땅히 존중했다.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도록 지원했다.

자유인이 요청해 일과 후 쉬는 시간에 추가로 개설된 두 번째 조르바의 춤 시간. 살며시의 눈빛이 깊다(자유학교 제공)
자유인이 요청해 일과 후 쉬는 시간에 추가로 개설된 두 번째 조르바의 춤 시간. 살며시의 눈빛이 깊다(자유학교 제공)

 

자유학교는 다양성이다

성별, 지역, 배경, 성격은 물론 나이도 20~5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유일한 공동점은 깊이 사유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모였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나누는 대화가 질 높았다.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하며 삶을 깊고 넓게 이해하도록 서로 북돋았다.

12월31일 작은 음악회를 마치고 흥이 오른 자유인. 왼쪽부터 썬, 형아, 호호(자유학교 제공)
12월31일 작은 음악회를 마치고 흥이 오른 자유인. 왼쪽부터 썬, 형아, 호호(자유학교 제공)

 

자유학교는 대화다

프로그램 대다수는 쌍방향 소통으로 진행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었다. 혼자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대화 방법도 다양했다. 몸, 언어, 음악, 춤, 감정, 마음, 여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를 나누니 대화가 깊어졌다.
프로그램이 끝나도 쉬는 시간에도 대화가 활발했다. 자유학교의 꽃은 커먼룸(common room)이었다. 대표적인 대화의 장소다. 커먼룸에서는 각양각색 주제로 대화가 꽃피었다. 한 번 대화에 빠지면 나오기 쉽지 않았다. 커먼룸은 24시간 불이 꺼지 않았다.

프로그램 진행 중인 모습(자유학교 제공)
프로그램 진행 중인 모습(자유학교 제공)

 

자유학교는 실험이다

지금껏 시도하지 못한 일을 마음껏 실험할 수 있었다. 자유학교의 대표 실험은 ‘수평어’ 쓰기다. 수평어란, 쉽게 말하면 모두가 모두에게 존댓말 대신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말과 다르다.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수평어 쓰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사회에서는 후배에게도 항상 존댓말을 써왔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평어 쓰기가 존댓말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직접 수평어로 소통해보니 언어가 지닌 힘이 크다는 사실을 느꼈다. 언어 속에 벽을 허무니 그만큼 자유인 사이가 가까워졌다.
자유학교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실험을 벌였다. 개인적 실험부터 공동체가 함께 하는 실험까지 규모도 주제도 다양했다. 이런 실험에 감히 덤빌 수 있던 까닭은 자유학교가 표어처럼 ‘안전한 실험실’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리라.

프로그램 진행 중 손을 맞잡은 자유인(자유학교 제공)
프로그램 진행 중 손을 맞잡은 자유인(자유학교 제공)

 

자유학교는 선물이다

끝도 없이 뭔가 줬다. 그냥 주지도 않았다. 재치 있게 흥미롭게 줬다. 집에 돌아갈 때 쯤 두 손이 묵직해졌다.
자유학교 2기에는 몰래 산타가 있었다. 생활하는 꿈틀리 인생학교 곳곳에 산타가 숨어있었다. 종이접기로 만든, 크기도 모양도 각기 다른 산타를 찾으면 마지막 밤 선물로 교환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자유인은 모두 한아름 선물꾸러미를 안고 집에 돌아갔다.

자유학교식 보물찾기, 작은 산타(자유학교 제공)
자유학교식 보물찾기, 작은 산타(자유학교 제공)

선물 만이 아니다. 자유학교에서 7박8일이 지나니 사랑스러움, 따뜻함, 감격스러움, 감사함, 푸근함, 평온함 등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감정을 놓치기 싫어 노트에 적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한 사회가 덴마크만이 아니라는 것. 우리 안에 잠든, 행복한 공동체를 일굴 힘을 충분히 일깨운 시간이었다.
자유학교2기 운영진과 참가자가 1월1일 꿈틀리인생학교를 떠나기 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왼쪽 아래부터 일월, 형아, 세준, 보고싶다, 클라라 옆지기, 클라라, 그냥, 썬, 롸잇나우, 동파, 안데르센, 안아줘, 석원, 또바, 우리문화, 솔라라, 살며시, 호호, 해견, 리오(자유학교 제공)
자유학교2기 운영진과 참가자가 1월1일 꿈틀리인생학교를 떠나기 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왼쪽 아래부터 일월, 형아, 세준, 보고싶다, 클라라 옆지기, 클라라, 그냥, 썬, 롸잇나우, 동파, 안데르센, 안아줘, 석원, 또바, 우리문화, 솔라라, 살며시, 호호, 해견, 리오(자유학교 제공)

 

참고 자료

  • 폴케호이스콜레(Folkehøjskole)=말 그대로 번역하면 덴마크 인민학교(Folk High School)다. 덴마크에서 발현한 북유럽 독특한 문화로, 일종의 비공식 성인교육 (non formal adult education)을 실천하는 대중 대학이다. 폴케호이스콜레는 삶의 계발과 민주 교육 및 훈련을 주된 목표로 활동한다. 덴마크에 약 70개 폴케호이스콜레가 있다.
  • 자유학교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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