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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독일 국경에 ‘야생 멧돼지 울타리’ 건설 시작

Frank Cilius/Scanpix 2019

덴마크가 독일 접경 국경에 68킬로미터(km)에 이르는 야생 멧돼지 울타리(Vildsvinehegn)를 세우기 시작했다. 1월28일 오전 10시 첫 번째 기둥이 땅에 박혔다. 덴마크-독일 국경에 울타리가 쳐지는 것은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덴마크-독일 국경을 따라 '야생 멧돼지 울타리'가 설치될 모습 ('DR' 재인용)

덴마크-독일 국경을 따라 ‘야생 멧돼지 울타리’가 설치될 모습 (‘DR’ 재인용)

 

“국경 야생 멧돼지 울타리는 가축 전염병 예방 시설”

덴마크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콜레라(African swine fever)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유럽 대륙에서 독일 국경을 지나 덴마크로 들어와 덴마크에 병을 퍼뜨리지 못하도록 막으려고 울타리를 세운다고 설명했다. 환경식품부 야콥 옌센(Jakob Ellemann-Jensen) 장관은 “울타리와 야생 멧돼지 사냥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전염 사슬을 끊어낼 것”이라며 “그러면 덴마크로 아프리카돼지콜레라가 전염될 위험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콜레라는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돼지나 멧돼지가 감염될 경우 고열을 동반한 대량 출혈을 야기해 감염된 지 수일 내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이다.

덴마크 정부가 돼지콜레라에 민감하게 구는 이유는 양돈업이 덴마크 주요 산업이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유럽의 주요 돼지 수출국이다. 5천 여 축산농가에서 돼지를 연간 2800만 마리를 기른다. 2016년 돼지고기 수출액은 300억 크로네(5조1432억 원)로 덴마크 전체 수출액의 5%였다.

유럽에서는 2014년 폴란드가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콜레라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접경국 벨라루스에서 넘어왔다는 사실을 조사해 공표했다. 벨기에는 2014년 9월 룩셈부르크와 프랑스 국경 인근에서 돼지콜레라 발병 사실을 찾아 즉시 해당 지역을 격리하고 예방 차원에서 돼지를 살처분했다. 독일에서는 아직 발병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양돈업계는 덴마크에서 돼지콜레라가 발병할 경우 수습 비용과 수출 중단으로 110억 크로네(1조8817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산했다. 야생 멧돼지 울타리 건설비 8천만 크로네(136억9천만 원) 중 3천만 크로네(51억3천만 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농업 컨설팅 업체 란보쉬드(LandboSyd) 모겐스 달(Mogens Dall) 회장은 야생 멧돼지 울타리가 축산농가에 필요한 여러 조치 중 하나일 뿐이라고 <TV2>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울타리는 아프리카돼지콜레라 예방 정책의 일부입니다. 여러분도 어쩌면 절대 불 날 일이 없어도 집에 화재보험을 들어 둘 겁니다.”

 

“멧돼지 격리 효과 미지수”

환경단체와 덴마크 언론은 동물 전염병 확산 방지 효과는 미비하며, 멧돼지를 핑계 삼아 독일에서 오는 난민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세계야생기금(WWF)은 EU집행위원회에 덴마크의 국경 야생 멧돼지 울타리 건설 사업이 유럽연합(EU) 규정을 위반한다며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WWF는 덴마크 정부가 국경 야생 멧돼지 울타리 건설 사업을 제안할 때 환경청(Naturstyrelsen) 내부 인원의 주장만 인용했을 뿐, 어떤 국제 과학 논문이나 연구 결과도 인용하지 않았다며 “전문적이지 않고 명백히 정치적 목적을 띤”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환경법을 연구하는 페데르 파흐(Peter Pagh) 코펜하겐대학교 교수도 환경을 보호해야 할 정부기관이 유럽사법재판소 결정을 무시하며 울타리 건설 계획을 승인한 점은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고 <윌란스포스텐>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국경 인근에 사는 야생 멧돼지 전문가 한스 크리스텐센(Hans Kristensen)은 “야생 멧돼지는 플렌스부르 피오르를 가로질러 헤엄칠 수 있다”라며 국경 울타리가 멧돼지를 막을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돼지콜레라가 야생 멧돼지보다 감염된 돼지나 식품을 실은 화물차가 바이러스 감염원이라며 우파 정부가 양돈업계라는 우군을 등에 업고 이민자 유입을 억제하려는 것이라고<DW>과 인터뷰에서 비판했다.

“덴마크는 도날드 트럼프처럼 돼 갑니다.덴마크는 울타리를 세웁니다. 나는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 없군요.”

 

1.5m 높이 야생 멧돼지 울타리

야생 멧돼지 울타리는 땅 속에 50센티미터가 박히고 땅 위로 150센티미터(cm) 높이로 세워진다. 철망 형태로 큰 동물은 지나갈 수 없지만 작은 동식물이나 물길은 울타리를 통과할 수 있다. 70킬로미터에 가까운 국경선을 모두 포괄해 설치하지도 않는다. 국경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나 지형적 장애물이 있는 곳에는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는다.

야생 멧돼지 울타리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덴마크 환경청 마르틴 브링크(Martin Brink) 매니저는 울타리가 완벽한 예방책은 아니라고<DR>과 인터뷰에서 시인했다.

“울타리는 야생 멧돼지가 들어올 가능성을 줄여주겠지만, 아예 들어올 수 없도록 차단할 수는 없을 겁니다. […] 울타리가 없는 곳은 감시하며 오가는 야생 멧돼지를 사살하는 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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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계에서 일하다 행복의 비결을 찾고자 덴마크로 떠났습니다. 코펜하겐에서 1년 동안 살았습니다. 살다 보니 덴마크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을 시나브로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어 NAKED DENMARK를 창업했습니다. 저널리즘을 떠받치는 먹고사니즘을 궁리합니다. 스타트업과 사회복지제도에 관심 많습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이메일 andersen@nakeddenmark.com / 페이스북 fb.com/nuribit0 / 트위터 @nuri_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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