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성소수자 탄압한 탄자니아에 원조 중단”

덴마크 정부가 성소수자(LGBTI)를 탄압하는 탄자니아 정부에 원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프리카 여러 국가는 아직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모리타니아(Mauritania), 수단, 소말리아, 남 나이지리아에서는 동성애자를 사형한다. 탄자니아도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최고 30년 징역형에 처한다.
사건의 발단은 유력 정치인이 성소수자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나선 것이다. 탄자니아 마구풀리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폴 마콘다(Paul Makonda)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 주지사는 10월 말 조만간 대규모 색출 작전을 벌일 것이라며, 일반 시민에게 동성애자를 경찰에 신고하라고 독려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 동성애자를 찾아내는 전담수사팀도 꾸리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에게 잠적하거나 도시를 떠나라고 위협한 셈이다. 며칠 뒤 잔지바르(Zanzibar) 섬에서 남성 10명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체포됐다.
울라 퇴르네스(Ulla Tørnæs) 덴마크 개발협력부(Udviklingsministeriet) 장관은 11월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탄자니아의 부정적 정세를 무척 우려한다”라며 “최근 한 주지사가 내뱉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울리 퇴르네스 장관은 그 자리에서 탄자니아 원조 자금 6500만 크로네(112억 원)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또 예정돼 있던 탄자니아 방문 일정도 연기했다.


덴마크 외교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상주하는 탄자니아대사 윌리브로 슬로(Willibrod Peter Slaa) 박사를 11월16일 외교부 국제정치안보센터에 불러 성소수자 인권이 위협받는 최근 정세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덴마크 입장에선 국제 원조와 인권 보호를 따로 떼놓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탄자니아에 두 번째로 큰 원조 국가다. 2017년 덴마크는 탄자니아에 원조 자금 3억4900만 크로네(604억 원)를 지원했다.
 

“목표는 옳아도 방법은 틀릴 수 있어”

덴마크 정부가 원조 자금을 회유책으로 탄자니아에 성소수자 탄압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중이지만, 상황이 개선될지는 의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성소수자 탄압을 이유로 원조를 중단하면 그 피해는 혐오를 조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일반 탄자니아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LGBT덴마크(LGBT Danmark) 수잔느 예스페르센(Susanne Branner Jespersen)은 성소수자 탓에 원조 자금이 끊겼다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덴마크 정부가 탄자니아에 드러낸 방향성에는 동의했으나, 방법에는 이견을 표했다. 강경책 전에 외교적 해법을 강구했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라스 페데르센(Lars Engberg-Pedersen) 덴마크국제학연구소(Dansk Institut for Internationale Studier) 국제원조정책 부문 선임 연구원은 갑작스레 예정된 원조 자금을 집행하지 않으면 원조국으로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런 식의 압력 행사가 독립국가인 탄자니아의 동성애 반대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장도 없다고 꼬집었다.
닉 헤케루프(Nick Hækkerup) 사회민주당 국제원조 부문 대표는 정부가 강경책을 취하기 전에 결과를 가늠해봤어야 한다고 비판하며 개발협력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덴마크가 관용을 포함한 덴마크적 가치를 기준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덴마크 정부는 동성애 혐오에 반대합니다. 그러니 개발협력부는 옳은 일을 했습니다. […] 목표는 옳아도 방법은 틀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개발협력부 장관이 원조 철회로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하는지, 다른 수단은 없었는지 묻습니다.”
 

“이제 팔 걷고 나설 때”

울라 퇴르네스 장관은 이제 강경책을 동원할 시기라고 비판에 정면 대응했다. 수년 간 탄자니아 민간기관, 언론, 정당 등이 나섰지만 성소수자 인권 탄압은 계속됐다고 그는 말했다.
“인권 운동은 잇따라 탄압 당했습니다. 가장 공공연하게는 성소수자가 위협받았죠. 우리가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 명백합니다.”
울라 퇴르네스 장관은 탄자니아 정부에 할당된 원조 자금을 지역 인권단체로 돌린다고 발표했다. 또 11월 말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만나 탄자니아에 국제 원조를 지속할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마크의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당장 탄자니아에서 성소수자 탄압이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성소수자 탄압을 예고해 원조 자금 동결을 야기한 폴 마콘다 다르에스살람 주지사는 <DR>과 인터뷰에서 “신을 노하게 하느니, 다른 나라를 화나게 하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옛 탄자니아 수도로 지금도 탄자니아 경제를 이끄는 다르에스살람의 입지와 폴 마콘다 주지사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탄자니아 정부는 마콘다 주지사 개인의 의견이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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