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싱어송라이터 프레드 슬(Fred Seul)

yinukhi & fred seul 이눅희 촬영

3년 전인 2015년. 세 번째로 방문한 덴마크에서 나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살았다. 코펜하겐 시내에 자주 가던 한 카페에서 일하는 한 덴마크 청년과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그는 평범한 카페 직원 같지 않았다. 손님이 없는 자투리 시간마다 낡은 노트에 무언가 열심히 적곤 했다. 그는 내가 카페에 갈 때마다 주문도 하기 전에 라테를 만들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너는 라테를 마실거야, 그렇지? 나는 알거든. 네가 라테를 좋아할 것을.

라테를 만들어주는 프레드, 2015년 10월 (촬영: 여지형)

라테를 만들어 주는 프레드, 2015년 10월 (촬영: 여지형)

그가 만들어 준 라테는 덴마크 마셔 본 라테 중 가장 맛있었다.

비범한 카페 직원 프레드 슬(Fred Seul)은 쉬는 날도 카페에 와 라테를 마시며 혼자 앉아 무언가 끄적였다. 그 때마다 나는 프레드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청해 들으며 사진을 찍어주곤 했다.

프레드는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를 꿈꾸는 청년이었다. 카페에서 낡은 노트에 적던 것은 다름 아닌 자기 노래였다.

작곡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느즈막히 깨달았다. 취미로 기타를 치던 여자친구한테 기타를 배운 18세부터 음악에 푹 빠졌다.

여지형과 프레드 슬, 2018년 2월(촬영: 여지형)

여지형과 프레드 슬, 2018년 2월(촬영: 여지형)

너는 사진을 하고 나는 음악을 하잖아. 나중에 내 앨범 사진을 네가 찍어주면 정말 쿨하겠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 유효기간 1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2016년 8월에야 다시 출장차 덴마크를 짧게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네 번째로 온 덴마크 코펜하겐 거리에서 우연히 프레드와 마주쳤다. 9개월 만에 재회였다.

그동안 어디 있었어? 갑자기 사라져서 바쁜가 했어. 잠깐만 여기 앉아볼래? 너를 위해 불러줄 노래가 있어.

코펜하겐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프레드 슬. 2016년 8월 (촬영: 여지형)

코펜하겐 거리에서 노래 부르는 프레드 슬. 2016년 8월 (촬영: 여지형)

프레드는 그 자리에서 기타를 꺼내 들더니 내게 노래를 불러 주었다.  최근에 그가 만든 노래였다.

Just keep on…. Til just keep on and we shall feel….

이 때 처음 프레드의 노래를 들었다. 목소리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듣는 이에게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힘이 있었다. 골목을 지나던 사람들도 문득 발걸음을 멈추며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프레드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를 마친 프레드가 나를 꼭 안고는 인사말을 건넸다. 노래를 만들러 유럽과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며,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고.

다시 1년이 지난 2017년 7월과 2018년 3월에도 나는 덴마크에 출장을 갔다. 이 때마다 프레드가 이야기하던 앨범 사진과 영상을 함게 작업했다.

마침내 2018년 4월11일, 전 세계의 애플 뮤직과 스포티파이(Spotify), 한국 음원 사이트에서 프레드의 데뷔 음원이 올라갔다.

Spotify에 사용된 내 사진

Spotify에 사용된 내 사진

Fred Seul - Lights Will Come (After Long) Album Cover. - Art by 이눅희

Fred Seul – Lights Will Come (After Long) Album Cover. – Art by 이눅희

데뷔 앨범에 실은 8곡 중에 처음 공개한 노래는 ‘Lights Will Come (After Long)’이다. 프레드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어 메시지를 전한다. 이 노래에도 특별한 사연을 담았다. 마약에 빠진 친구를 구출한 충격적인 경험이 이 곡을 낳았다.

“제가 일하는 카페에서 연락이 왔어요. 친구가 쓰러졌다고요. 저는 바로 차를 타고 달려갔어요. 구급차보다 제가 먼저 도착했죠. 차 뒷자리에 친구를 눕혀 담요로 감싸 몸을 데우며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몇 시간을 보살폈어요. 다행히 친구는 조금씩 정신을 되찾았죠. 무척 놀랐죠.

이 노래는 마약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만든 노래에요. 하지만 진부하게 ‘마약을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아요. 다만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알고 하라고 말하죠. 마약이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조사하고, 무엇이 무엇인지 알고 하라고요. 앎과 모름의 차이가 당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어요.”

듣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프레드. 그는 기타를 처음 배운 18세부터 데뷔를 꿈꿨다. 나 역시 18세에 사진을 시작하며 어떤 뮤지션의 앨범 커버에 내 사진을 내걸기를 꿈꿨다. 우리는 꿈을 향해 따로 또 같이 걸어 왔다. 그 덕분에 둘 다 버킷리스트에서 한 가지를 지워냈다. 프레드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3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 우리가 함께 작업할 거라던 얘기를 3년 뒤 현실로 만들었듯, 프레드가 음악가로서 한국에 공연하려 오는 날을 그려본다. 어쩌면 3년 안에 우리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테다.

덴마크 싱어솔라이터 프레드 슬(Fred Seul) (촬영: 여지형)

덴마크 싱어솔라이터 프레드 슬(Fred Seul) (촬영: 여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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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담는 코펜하겐의 사진 작가. 필명 이눅희. 덴마크만 일곱 번째. 한국에서 예술사진학을 전공한 후 덴마크로 건너와 활동하는 사진작가겸 스토리텔러. 페이스북 fb.com/yinuk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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