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회화의 왕, 페르 키르케뷔 별세

덴마크를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 페르 키르케뷔(Per Kirkeby)가 79세를 일기로 5월9일 고향 코펜하겐에서 사망했다.
페르 키르케뷔는 전후를 대표하는 유럽 화가 중 한 명이다. 조각가이자 영화 제작자, 작가로도 이름을 떨친 페르 키르케뷔는 풍경과 빛, 색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페르 키르케뷔는 193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태어났다. 1957년 코펜하겐대학교에 입학해 지질학을 공부하고, 1964년 북극지질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리학과 학생이었으나, 이미 화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58년 그린란드 나르삭(Narssak) 지역 탐사에 참여한 뒤로 자연 풍광을 화폭에 담대한 필치로 담는데 집중했다. 이 때 영향으로 그는 ‘침강 작용’으로 불리는 다채로운 화풍을 갖게 됐다.
1962년에는 코펜하겐 소재 실험예술학교(Den Eksperimenterende Kunstskole)에서 회화와 더불어 그래픽아트,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1960년대부터 행위 예술과 건축 분야에서도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특히 벽돌을 좋아했다. 1973년 마야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벽돌 건물을 유틀란드 이카스트(Ikast)에 처음 지은 뒤로 유럽 전역에 벽돌로 공공예술 작품을 남겼다.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감독이 1996년 발표한 멜로 영화 ‘Braking the Waves’ 제작에도 참여했다. 전후 미국 최고 발레단으로 주목받은 뉴욕시티발레단(New York City Ballet)과는 1999년작 ‘백조의 호수’(Swan Lake)와 2007년작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에 의상과 무대 디자이너로 협업했다.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 예술학교와 프랑크푸르트 미술대학 슈테델슐레(Frankfurter Städelschule)에서는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덴마크 언론이 “덴마크 회화의 왕”이라 부르는 페르 키르케뷔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모던갤러리, 파리 퐁피두센터 등 세계 굴지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그는 2013년 계단에서 떨어져 뇌를 다쳐 2년 뒤인 2015년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40년이 넘는 동안 분야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2018년 5월9일 오후 잠든 중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아내 마리 안네 두스(Mari Anne Duus)와 슬하에 네 자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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