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공유경제 업체, 세계 최초로 노조 가입

덴마크 청소부 소개 플랫폼 업체가 공유경제 사업자로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맺었다.

덴마크 청소부 알선 온라인 플랫폼 힐퍼, 세계 최초로 노조와 단체협약 체결

“가정 청소계의 에어비앤비”가 되겠다며 2017년 6월 창업한 덴마크 가정 청소부 연결 플랫폼 힐퍼(Hilfr.dk)는 4월10일 덴마크 최대 노동조합 3F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공유경제 플랫폼 사업자가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맺은 적은 이제껏 없었다. 힐퍼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단체협약을 맺은 덕분에 힐퍼 플랫폼에 등록해 시간제 청소부로 일한 사람도 일반 덴마크 노동자가 받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체협약은 2018년 8월1일부터 발효된다.
단체협약이란 고용주인 기업과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임금과 근로조건 등 노사 관계에 적용할 규칙을 합의해 명문화한 협정이다. 힐퍼 공동창업자 4명 중 한 사람인 스테판 베그너 모르텐센(Steffen Wegner Mortensen)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세계 최초로 노동조합(3F)과 단체협약을 맺어 무척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공유경제는 나쁜 평판을 얻어왔습니다. 너무 많은 플랫폼 사업자가 불법 노동을 디지털화하고 노동 조건을 열악하게 만들면서 스스로 혁신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오늘 우리는 공유경제라는 불모지를 뒤엎어 덴마크의 노동 시장 모델을 포기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좋은 노동 조건을 제공하면서도 신기술이 가져온 기회를 활용하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장시간 근무자, 직원으로 전환하면 복지 혜택 적용

공유경제 최초 단체협약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힐퍼 플랫폼에 등록해 청소부로 일하는 사람은 기존처럼 프리랜스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힐퍼(Hilfrs) 또는 힐퍼에 고용돼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수페르힐퍼(Super Hilfrs) 중 한 가지 방식을 선택한다. 힐퍼는 지금처럼 계속 일하면 된다. 시간당 요금은 지금처럼 170크로네(3만215원) 정도다. 노동자는 요금에서 플랫폼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한 임금을 받는다.
힐퍼 플랫폼에서 100시간 이상 일한 사람은 수페르힐퍼로 고용 형태를 바꿀 자격을 얻는다. 수페르힐퍼가 되면 단체협약 혜택을 받는다. 시간당 요금은 230크로네(4만900원)로 오른다. 연금도 가입한다. 휴가비를 받을 수 있고 병가도 보장된다.
그렇다고 공유경제의 핵심인 노동 유연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수페르힐퍼가 될 자격을 갖춰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기존처럼 단체협약 밖에서 프리랜스로 일 해도 된다. 이 경우에도 시간당 최저 임금은 141.21크로네(2만5000원)은 보장받는다.
다른 공동창업자 닐스 마르틴 안데르센(Niels Martin Andersen)은 “창업한 첫날부터 우리의 목표는 현존하는 노동법과 인권 보호 제도와 신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결합하는 것이었다”라며 “단체협약을 맺은 덕분에 노동법과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해 업계의 기준을 끌어올릴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12개월 시범 사업

이번 단체협약은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대두되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덴마크 노동 시장에 연착륙하려는 실험이기도 하다. 덴마크 정부는 2017년 10월 공유경제 육성 계획을 발표하고 앞으로 대세가 될 공유경제를 활성화하면서도 플랫폼 위에 파편화 된 노동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 수 개월 동안 힐퍼의 요청을 받고 3F와 더불어 플랫폼 기업 노동자를 보호할 방안을 강구했다.
힐퍼와 3F가 맺은 단체협약은 8월1일부터 12개월 동안 시범 운영된다.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1년 뒤 단체협약을 손 보기로 양쪽이 약속했다. 단체협약 자체를 파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티나 묄러 메드센(Tina Møller Madsen) 3F 민간서비스호텔식당(PSHR) 그룹장은 “앞으로는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일하는 많은 이에게도 기본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체협약 체결을 환영했다.
“우리는 덴마크 모델과 새 디지털 플랫폼 사이에 다리를 놓는 중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해결할 중요한 과제를 향해 한 발 내딛는 중이지요.”
3F는 10일 오후 3시 코펜하겐 사무실에서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협약 조인식을 열었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총리, 덴마크 경제인연합회(Dansk Industri) 카르스텐 디부아드(Karsten Dybvad) 사무총장, 3F 페르 크리스텐센(Per Christensen) 회장 등이 참석해 공유 경제 제도화를 향한 모험을 지지했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총리는 공유경제 역사 최초의 단체협약이 “개인에게는 안정을, 커뮤니티에는 책임감을 제공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자가 제대로 된 근로 조건을 제공하면서도 납세 의무를 다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이번 단체협약은 노동자의 이해와 기업의 이익 사이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덴마크 노동 시장의) 오래된 전통과 궤를 같이하는 선구적인 협정입니다.”


힐퍼는 공동창업자 4명이 2017년 6월 창업한 가정 청소부 연결 플랫폼 업체다. 청소부 500여 명이 코펜하겐과 오르후스, 올보르, 오덴세 등 주요 도시에서 고객 1700여 명에게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 thoughts on “덴마크 공유경제 업체, 세계 최초로 노조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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