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꽃피는 땅은 미국 아닌 덴마크

이 포스트는 세계경제포럼이 8월21일 공개한 ‘You’re more likely to achieve the American dream if you live in Denmark’를 번역한 포스트입니다. 안상욱 에디터가 번역했습니다. 읽기 쉽게 문맥에 맞춰 의역한 부분 많습니다. 명확한 뜻이 궁금하면 영어 원문을 읽어주세요. 오역은 andersen@nakeddenmark.com로 알려주세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제자리에 가만히 서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영국 정부가 형편 없는 사회 이동성(social mobility)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봐도 배울 것이 없지 않은가. 올해 초 현임과 전임 내각 모두 사회 이동성을 개선하지 못 했다고 뭇매를 맞았다.
여러 연구가 높은 임금 격차와 낮은 사회 이동성은 분명한 연관성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우리 책 <The Spirit Level>에서 가져온 이 그래프는 사회 이동성이 무척 낮은 미국은 더이상 기회의 땅이 아님을 보여준다. 덴마크에 사는 사람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영국의 큰 임금 격차 사회 이동성을 해쳤다. 경제학자들은 더 불평등한 사회에서 저소득 가정 출신 청년은 교육 등으로 자기의 인적 자원을 계발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불평등한 미국 주에서 젊은층이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경향이 크다. 불평등한 부자 나라에서는 젊은층이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됐다. 수학과 문자 해독 능력 시험에서 평균 교육 성과는 불평등한 국가에서 더 낮았다.
불평등한 사회에 사는 청년에게 희망이 없다는 뜻 아닌가. 사실 그들은 성공하려는 열망이 더 크다. 슬프게도 그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적지만 말이다.
하지만 불평등이 사회 이동성을 발목 잡는 것에서 나아가 교육적 참여도와 달성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더 많은 부모가 정신병을 앓거나 마약과 술에 찌들어 산다. 그들은 빚과 긴 노동 시간에 허우적 대며 가족의 삶에 스트레스를 더할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젊은 여성은 10대에 임신하고 더 많은 젊은 남성은 폭력에 개입한다.

그래도 정말 우리가 불평등을 타파하고 싶다면, 우리는 사회 이동성만 개선할 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사회 이동성을 개선하려고 교육적 해법에만 집중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빈곤 감소나 최저 임금 인상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불평등 자체와 싸워야 한다. 소득 분배의 최정상에서 끝 없이 오르기만 하는 활주로 임금제(runway salaries)와 보너스 문화를 바꾸는 일도 포함해서 말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국내외 불평등을 줄이는 일은 이제 UN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17가지 과제 중 한 가지가 됐다. 영국도 UN지속가능개발목표 가맹국이다.
UN지속가능개발목표에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확인하는 달성 목표와 지수가 있다. 또 이를 추진하는 정부가 믿을 만 해야 한다. 유니세프(Unicef)는 최근 영국이 부국 가운데 지속가능개발목표 아동 지표에서 1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아 지표에서는 34위, 노동 환경과 경제적 성장은 31위였다.
인구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시장으로서 영국은 아동과 청년에게 더 잘해야 한다.
사회 이동성 위원회(Social Mobility Commission)는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데이비드 카메론, 테레사 메이 총리 재임시 사회 이동성을 개선하려던 정부 정책 대다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악화시켰다고 결론 내렸다.
그나마 개선됐다고 봐줄 만한 성과는 다음과 같다. 부처를 초월한 행정 전략, 장기적 변화를 노린 10개년 목표, 전혀 새로운 유관 정부 정책을 만드는 사회 이동성 ‘시험’. 위원회는 정부 지출을 지리적, 경제적, 세대간 불평등을 다루는데 다시 분배하라고 권했다. 또 사회 이동성을 높이려는 국가적 과업을 시작하려면 중앙 정부가 지역 의회와 커뮤니티, 노동자와 협력하라고 조언했다.
지금껏 이런 ‘교훈’을 적용해 본 경험에 비춰보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사회 이동성을 다루는 특정 정책 권고는 사회 이동성을 뿌리부터 좀먹는 소득이나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변화를 향한 갈증

그럼 변화를 위한 근거는 있는가? 사회 이동성을 개선하는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암울한 뉴스가 보도된 같은 날, 영국사회태도조사(British Social Attitudes Survey)는 연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영국 국민이 진취적인 변화에 호의적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응답자 48%는 세금을 높이고 공공 지출을 늘리는 것을 지지했다. 32%는 2010년에 시작한 긴축 재정에 찬성했다.
장애인 지원 예산에 찬성하는 사람은 67%에 달했다. 2010년에는 53%뿐이었다. 실업 수당이 시스템을 좀먹는다고 믿는 사람은 22%로 떨어졌다. 최근 3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부자한테서 가난한 사람에게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2%였다. 반대하는 사람은 28%였다. 이런 사실이 소득 불평등을 줄이고 긴축 재정을 끝마칠 강력한 근거다.
이런 증거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야기한 피해가 늘어남을 보여준다. 영국 정부가 사회 격차를 해결하는데 계속 실패해 우리 모두에게 불평등이 가져온 절망을 안겨준다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는 우를 범할 것이다.
원작자
Kate Pickett
Professor of Epidemiology, Department of Health Sciences, University of York
Richard Wilkinson
Honorary Visiting Professor of Social Epidemiology, University of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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