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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픈 샌드위치’로 덴마크의 행복을 맛보다

덴마크 북클럽 (사진: 조혜림)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다. 무엇이 덴마크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오랜 사회민주주의에 뿌리 내린 탄탄한 사회복지 제도부터 흐릿한 촛불 아래 느긋함을 즐기는 휘게(hygge) 문화까지 다양한 요소가 행복의 비결로 꼽히곤 한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 첫 머리에서 말했듯 어쩌면 그 모든 요소가 모여 비로소 행복한 덴마크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그래서일까. 덴마크가 행복한 이유를 설명하는 책은 적지 않지만 피부로 와 닿는 책을 찾기는 어렵다. 오래 일하기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한국 직장인이 친구를 집에 초대하고 저녁을 직접 요리해 나눠 먹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도리어 야근이나 안 하면 다행으로 여겨야할 처지니까.

한국에 살면서 덴마크식 행복을 추구하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하릴없이 체념하려는 찰나에 <오픈 샌드위치>를 만났다. 오픈 샌드위치란 덴마크 사람이 주로 먹는 간편식이다. 딱딱한 호밀빵 위에 먹는 사람 취향대로 각종 재료를 얹어 먹는다. 샌드위치와 달리 재료 위를 빵으로 덮지 않는다고 해서 오픈 샌드위치라 부른다. 덴마크어로는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라고 한다.

덴마크식 간편식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 (사진: 안상욱)

덴마크식 간편식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 (사진: 안상욱)

저자 데비 리(이정민)는 오픈 샌드위치를 만드는 과정에 빗대 자신이 오랫 동안 체득한 덴마크식 행복 레피시를 보여준다. 빵을 준비하고 다양한 토핑을 얹은 뒤 친구와 나눠 먹는, 준비하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간단한 음식 속에서 그는 덴마크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를 발굴한다. 일상의 단면에서 파랑새를 발견해 내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으리라.

데비 리는 주한덴마크대사관 상무관과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이사직을 거치며 십수 년간 북유럽에 한국 기업을 연결하는 일을 했다. 2013년부터는 뜻 맞는 친구들과 북유럽문화원(NCI)을 세우고 북유럽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 일을 시작했다.

20년차 사회인으로서, 두 남매의 엄마로서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그는 늘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행복의 비결을 수집한다. 업무 이메일에 적힌 작은 인사말에서 보낸이의 따뜻한 마음씀씀이를 발견하고, 가구 디자이너와 수다 속에서 빈티지의 가치도 인간관계에서 나옴을 깨닫는다. 부지런한 저자 덕분에 독자는 얇은 에세이 한 권 속에서 많은 덴마크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행복의 비결을 듣는다.

“당신은 슈퍼우먼이군요. 이렇게 부정적인 상황을 최고의 긍정적인 상황으로 바꾸어 내다니!” 그런 분명히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를 한순간에 슈퍼우먼으로 탈바꿈시켜준 메일이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부정적인 상황을 수없이 만난다. 실수도 얼마나 많이 반복하는지 모른다. 이번 시련에는 몇 번째 번호를 붙여야 하는지 셀 수도 없다. 심지어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육해공 전을 다 치르고 침대에 툭 떨어지고 마는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우리 안에는 슈퍼우먼, 수펴맨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그래서 나는 다시 힘을 내서 갈 수 있었다. 다시 이겨낼 수 있는 내 안의 위대한 힘을 믿으며…. (196~197쪽)

<오픈 샌드위치>를 훌륭한 덴마크 입문서로 꼽을 만한 또 다른 이유는 책 자체가 지닌 매력이다. 문장은 따뜻하고 부드럽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펴면 덴마크로 돌아가곤 했다. 춥고 어두운 덴마크의 겨울밤,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듬성듬성 책장 넘기는 소리를 책을 읽던 그 순간으로.

흔히 덴마크의 행복을 말하는 책에 가득한 정서가 <오픈 샌드위치>에는 없다. 수백 만 원짜리 디자이너 조명과 수천 만 원짜리 빈티지 가구가 들어찬 덴마크 가정집 사진으로 도배된 것과 달리, <오픈 샌드위치>에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큼직한 글자만 빽빽하지 않게 자리잡았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책을 읽으며 ‘부럽다’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다.

데비 리는 올해 책 2권을 더 펴낼 예정이다. 앞으로도 배려와 통찰력을 함께 지닌 그의 목소리로 덴마크 행복의 비결을 톺아볼 수 있길 기대한다.

OpenSandwich_BookCover

<오픈 샌드위치 – 북유럽 행복 레시피>

  • 글: 데비 리, 그림: 김은기
  • 에이엠스토리(amStory)
  • 13,000원
  • 책 사러 가기

 

 


<Naked Denmark>는 2월부터 매달 ‘덴마크 북클럽’을 엽니다. 덴마크를 주제로 쓴 책 1권을 읽고 저자 또는 출판사 관계자에게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뒤 격의 없이 떠들며 덴마크를 공부하는 자리입니다. 첫 북클럽에서 읽을 책은 <오픈 샌드위치>입니다. 오는 2월4일(토) 오후 서울 홍대입구 근처에서 저자 데비 리와 만납니다. 덴마크 북클럽은 유료 회원제로 운영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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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계에서 일하다 행복의 비결을 찾고자 덴마크로 떠났습니다. 코펜하겐에서 1년 동안 살았습니다. 살다 보니 덴마크라는 나라가 지닌 매력을 시나브로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을 한국에도 전하고 싶어 NAKED DENMARK를 창업했습니다. 저널리즘을 떠받치는 먹고사니즘을 궁리합니다. 스타트업과 사회복지제도에 관심 많습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이메일 andersen@nakeddenmark.com / 페이스북 fb.com/nuribit0 / 트위터 @nuri_bit

Comments

  1.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 2월 2, 2017 at 2:29 오전

    UN기후변화회의로 첨 가본 덴마크, 코펜하겐.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솔솔~ 특히 루이지애나 뮤지엄. 암튼 훌륭하고 멋져진 그대. 책 너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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