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워홀 비단길 아냐”…3인3색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체험기

2010년 말 덴마크와 한국이 서로 워킹홀리데이 문을 연 뒤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덴마크에 오는 한국 청년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비공식 집계로는 2015년 들어 1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덴마크 워킹홀리데이를 제대로 알고 오는 이는 많지 않다. 일 구하기 힘든 북유럽 겨울에 덜컥 찾아와 구직을 포기하고 귀국하는 경우도 생긴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지만 워킹홀리데이 생활에 유리한 나라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네이키드덴마크>가 덴마크에 와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는 중인 청년을 만나 물었다. 덴마크는 워킹홀리데이 생활에 적합한 나라인가. 세 사람이 내 놓은 답은 달랐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덴마크가 행복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워킹홀리데이 온 한국인은 덴마크 사회 밑바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 덴마크 사회복지망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며 덴마크인이 누리는 행복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 덴마크어를 배워 올 길이 전무하다 싶은데, 덴마크어를 못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된다. 덴마크인과 얼굴 맞대고 일하는 직종에 들어가기란 퍽 어렵다. 대다수 한국 워홀러는 한국∙아시아 식당에서 일한다. 그러다보니 덴마크에 1년 살아도 덴마크인과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덴마크 워킹홀리데이는 추천할 만하다. 충분히 각오가 돼 있다면 한국에서 얻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얻을 기회다.
각각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생활 10개월·4개월·4주차인 한국 청년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간담회 (사진: 안상욱)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간담회 (사진: 안상욱)

  • 일시: 2016년 9월10일 오후 1시
  • 장소: 덴마크 코펜하겐 뇌어포트 인근 카페
  • 참가: 김보임, 노시열, 정해원, <네이키드덴마크> 김희욱 대표, 안상욱 에디터

안상욱: 먼저 덴마크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계기가 궁금합니다.
노시열: 저는 학교 다니다가 휴학 하고 왔어요. 일생생활이 지겨워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왔지요. 덴마크에 온 지는 10개월 반 정도 됐네요. 앞으로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유럽 여행하다 남미에 갈 생각이에요. 남미를 4개월 정도 여행하다 귀국하면 바로 복학할 기간이라 4개월 있고 싶은데 자금이 될 지 모르겠네요.
정해원: 저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 두고 왔어요. 원래 유럽 여행을 오려고 계획하고 있었어요. 한 달 말고 최소한 세 달은 있다 오고 싶었거든요. 준비하다보니 세 달 여행하는 비용이나 워킹홀리데이 초기 자금이나 비슷해서 그럴 거면 워홀을 가보자고 해서 가볍게 오게 됐죠. 지금은 4개월차입니다.
김보임: 마지막 학기 남겨둔 시점에서 휴학하고 돈 모아서 여행하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여행할 때 돈이 드니까 제대로 오래 있을 방법을 찾다 보니 덴마크 워킹홀리데이가 상황에 맞아서 오게 됐어요. 저는 워홀도 해외 생활도 처음이라서 용감무쌍하게 온 셈이죠. 지금 덴마크에 온 지 4주도 안 됐어요.
안상욱: 워킹홀리데이 생활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 면요리점에서 요리를 잠깐 하다 스시집에서 서빙을 6개월 했어요. 지금은 한국 음식점에서 일합니다.
: 베트남 음식점에서 샐러드랑 요리 만드는 콜드파트에서 일합니다.
: 지난주에 이력서를 카페 위주로 3통 돌렸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와서 나가기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됐어요. 한국에서도 카페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일하는 건 비슷한데 언어가 많이 달라요. 덴마크에서는 아무래도 외국인 노동자로 오니 계약서를 안 쓴 상태로 일하는 지금 상황이 많이 불안하긴 해요.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지 고민도 하고요. 그래서 아직 안정은 안 됐어요.
: 베트남 음식점에서 일한 지는 3개월이 조금 넘었어요. 제가 주방에서 일하는데 주방에는 덴마크인이 한 명도 없어요. 대화도 영어로 하고요. 일하는 건 한국이랑 비슷한 면이 있어요. 매니저가 권위주의적으로 아래 사람에게 지시하고 각자 자기 할 일만 하고 다른 사람 안 도와주는 점을 보고 놀랐고요.
카운터에 있는 사람은 덴마크인이거든요. 카운터 스태프 보면 주방과 달리 조화로워 보이고 자기끼리 뭉쳐서 잘 있는게 덴마크인이라 그런가 생각도 들어요. 사회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 저는 작은 카페에 저랑 주인 아저씨만 있는 곳에서 일하니 밖에 나와서 사람 보며 일하는 면은 좋은 것 같아요. 언어는 잘 안 통하고 계약서 문제가 아직 확실히 안 풀렸지만 선뜻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그거 같아요. 식당 주방에서 일하면 자기 공간에서만 일하다보니 그 일에만 매몰되잖아요. 덴마크어를 못 하면 식당에 들어가도 서빙은 안 시키고요.
: 주방 일은 그게 단점이에요. 손님과 마주치지 못하는 게. 똑같은 사람하고만 만날 부딪히죠.
: 그런 건 있어요. 덴마크에 오신 분 대부분이 동양 식당에서 일하는 것 같아요. 제가 모든 분을 아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보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덴마크인이 아니고 동양인이예요. 그러니까 일터에서 덴마크 문화를 배운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고요. 매니저가 권위주의적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글너 동양식 관습 같은 게 있어요. 대부분 동양인 밑에서 일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제 생각과 많이 달리 살고 있어요. 원래 호스텔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덴마크어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으니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한국 호스텔에서 일도 했었죠. 그래도 여기 오니 안 되더라고요. 호스텔도 많지 않을 뿐더러 안 뽑더라고요. 그러니 덴마크에 오는 분들은 기대감을 낮추면 좋겠어요. 기대를 별로 안 하고 와서 잘 풀리면 좋은 거고요.
: 덴마크에서 실망하거나 차별 받은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줄 수 있나요?

덴마크 워홀 10개월차 노시열 씨 (사진: 안상욱)
덴마크 워홀 10개월차 노시열 씨 (사진: 안상욱)

: 항상 느끼기는 해요. 예전에 덴마크 친구가 말해줬는데, 제 시급을 물어보더라고요. 여기 일하는 분들 대부분 시간당 110크로네(1만8700원) 받잖아요. 그 친구는 130크로네(2만2100원) 이하는 절대 일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그렇게 받는다고, 그 밑으로는 하지 말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모두 110크로네죠. 외국인은 110크로네가 시세인 것 같아요. 세후 실수령액은 75크로네 정도?

덴마크인은 시간당 130크로네, 외국인은 110크로네 받아

편집자 주: 덴마크에는 법정 최저임금이 없습니다. 실질 최저임금은 105~110크로네 정도로 형성돼 있다고 합니다. 덴마크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가 받는 임금입니다. 전문기술이나 관련 업계 경력이 있거나 덴마크어를 구사하는 경우는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세전 임금입니다. 근로소득세를 36% 이상 납부하므로 실수령액은 이보다 적습니다. 노동시장 보충연금(ATP)과 유급휴가비(feriepenge)는 시급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고용주가 시급 외에 국가에 납입했다 해당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돈입니다.

: 지금 일하는 곳 전 매니저가 중국인이었는데 엄청 심하게 권위주의적이었대요. “나는 매니저고 너는 아래 사람이니까 시키는 대로 해”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카운터에도 영향이 미쳤나봐요. 그랬더니 카운터에서 일하는 덴마크 직원이랑 키친 부매니저가 합동으로 건의사항을 올려서 중국인 매니저가 잘렸어요. 그거 보고 덴마크인은 그렇게 위 아래를 심하게 나누는 걸 못 견디는구나 생각했어요.
: 서양인은 한국 사람하고 다르더라고요. 지시받는 걸 싫어한다고 할까요. 자기들 편한 대로 일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우리는 “일 해”하면 하잖아요. 그래서 동양쪽 식당은 뽑을 때 동양인을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돈벌이 외에 워킹홀리데이 생활 하면서 다른 활동을 해봤나요?
: 없어요. 잠깐 여행 다녀온 것 빼고는 딱히 없네요. 한국 음식 노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잠깐 일한 것 말고는 없네요. 노점에서 일 할 때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되서 재미있었어요. 일 한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사람하고 일 한다는 게 즐겁더라고요.
: 김치페스티벌 때 봉사활동 해보고, 매주 토요일 한 번씩 한글학교 보조교사로 활동해요. 김치페스티벌 때는 제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려서 멘붕이어서 기억이 별로 없네요.
한글학교 보조교사 활동은 덴마크 안에 있는 4~5살 아이나 한국 아이, 한국과 덴마크 혼혈 아이가 한국어 배우고 싶어 오는 곳이예요. 원래 주덴마크 한국대사관에 있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뇌어보 인근 학교 같은 시설을 빌렸더라고요. 건물도 학교 같고 시설도 그럴싸 해서 그런지 가르친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한국어를 꽤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 온 지 얼마 안 되서 따로 하는 활동은 없는데 하고 싶기는 해요. 기왕 덴마크에 온 거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가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게 무엇인지는 계속 찾아봐야겠지요.
: 덴마크에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덴마크에 오고 나서 달라진 생각이나 인상이 있나요?
: 저는 허니문 기간이라 아직은 장미빛이 걷히지 않았어요. 처음 비자 신청하고 오기까지 한참 남았을 때는 막연했어요.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사람 사는 동네인데’ 그랬지요. 오히려 나가기 직전에 엄청 걱정되더라고요. 2주 동안 잠을 못 잤어요. 덴마크어는커녕 영어도 못 하는데 일자리도 그렇고 집은 어떻게 구할 것이며, 둘 다 구하기 힘든 기간이라고 해서 걱정도 많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덴마크에 오자마자 마음이 편해졌어요. 집을 운 좋게 생각보다 빨리 구해서 다른 일도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덴마크 워홀 4개월차 정해원 씨 (사진: 안상욱)
덴마크 워홀 4개월차 정해원 씨 (사진: 안상욱)

: 일단 날씨 걱정을 많이 했어요. 북유럽이잖아요. 춥고 흐리고, 추운 건 상관 없는데 햇빛 안 난다는 건 큰 걱정하고 왔어요. 올해 유난히 햇빛이 많이 나서 오히려 되게 잘 왔구나 생각했어요.
오기 전에는 행복한 나라 1위라는 환상이 안개 낀 것처럼 다들 웃고 항상 밝고 이런 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은데, 막상 오니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다 흘러가는 거구나’ 싶어서 놀랐어요.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점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남들 인생에 너무 참견을 많이 하잖아요. 남이 어떻게 살든 취업을 하든 결혼을 하든 신경 많이 쓰는데, 여기는 남이 뭐라고 하든 오지랖 없는 게 좋아요. 아직도 그건 만족해요. 옷 입는 거나 사소한 것에 남 신경 안 쓰고 눈치 안 보고 사는 게 멋있어 보여요. 이런 점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라웠지요.
: 덴마크에 다들 행복을 찾아 온다고 하잖아요. 처음에도 저도 그랬어요. 행복이 있겠지 그랬는데 주변에서 계속 ‘다 뻥이다’라고 그러더라고요. 덴마크에 와서 살아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래도 어딘가 행복이 있다고 반박하고 다녔는데 잘 모르겠어요. 저는 아직 못 찾았어요. 저는 제가 행복하다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아요.
이건 아셔야 할 것 같아요. 진짜 세밀한 계획이 있던가 아니면 인턴 같은 기회가 있는 분이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하셨듯이 집 찾고 일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진짜 세밀한 계획이 있던가 아니면 인턴 같은 기회가 있는 분이 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집 찾고 일 찾기가 너무 어려워요.

: 오기 전에 덴마크 기본적인 정보만 습득하고 왔는데 가장 부각되는 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잖아요. 온 지 며칠 안 됐지만 그동안 느낀 점은 여가시간이 충분하다는 게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휴학하고 9개월 동안 일하다가 왔어요. 출퇴근하면 아침 7~8시에 나와서 집에 가면 7~8시고 잠만 자고 나오면 ‘내가 왜 이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솟구쳤어요. 여기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면 여가시간을 보내기는 힘들지만 덴마크인은 4~5시에 퇴근하고 저녁을 자기가 만들어 먹을 시간이 있잖아요. 운동이나 문화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죠. 스트레스에 골몰하는 게 아니라 풀 여유가 있으니까 이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덴마크가 행복 지수 1위지만 우울증 약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라고 들었어요. 심리학도 발달했고요. 그만큼 자기 상태를 더 잘 알고 싶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관심이 많다는 얘기겠지요. 힘들기는 해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으니까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제가 봐도 말씀하는 게 정답 같아요. 나라에서 물질적인 점은 다 대주고 여가시간 많아서 행복한 것 같아요.
그런데 워킹홀리데이는 그게 불가능해요. 워홀로 덴마크에 오면서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돼요. 저는 덴마크 워킹홀리데이가 덴마크 워킹데이였어요. 홀리데이가 없었어요. 홀리데이하면 짤리니 어쩌겠어요.
일을 적게 하자니 돈이 달리고, 일을 많이 하자니 내 시간이 없고, 처음에 스시집에서 일할 때는 파트타임이라 시간이 많아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풀타임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요.

워홀로 덴마크에 오면서 덴마크인에 준하는 복지를 기대하면 안 돼요. 저는 덴마크 워킹홀리데이가 덴마크 워킹데이였어요. 홀리데이가 없었어요. 홀리데이하면 짤리니 어쩌겠어요.

: 워킹홀리데이 생활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 제일 힘들었던 때는 식당에서 일하다 잘렸을 때예요. 작년 12월23일이었어요. 보통 덴마크 식당이 1월4일까지인가 쉬거든요. 그때는 모든 식당이 문을 닫으니 새 일을 구할 수도 없는데, 23일에 잘려서 암울했지요. 돈도 없고 가져온 돈도 다 썼고 한국에 돌아갈 생각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안 가길 참 잘했지요.
: 다시 일을 구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 그건 얼마 안 걸렸어요. 운이 좋았죠. 10일 걸렸는데, 그 10일이 진짜 암울했어요. 크리스마스고 연말이고 했는데 아는 사람도 없어 신세 한탄할 사람도 없고, 그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 저는 첫 집을 빨리 구했어요. 4일 만에 구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덴마크인이 아니었어요. 스페인 같은 라틴 계열 사람이었는데 돈을 너무 밝히는 거예요. 한달에 4800크로네(82만 원)에 공과금 100크로네(1만7천 원) 따로 내고 세탁비도 따로 냈어요.
그런데 저는 자기합리화를 했죠. 그 집 아니면 들어갈 집도 없고, 임시숙소에서는 금방 나와야 할 상황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위치도 시내랑 가깝고 방도 넓으니 잘 들어갔다’라고 합리화했어요.
그런데 아주머니가 돈 때문에도 그렇고 부엌 사용하는 것도 눈치를 줬어요. 또 계약할 때는 아주머니랑 저, 독일 언니 여자 3명이 같이 산다고 들었는데, 아주머니 18살짜리 아들이 거의 살다시피 들락거리는 거예요. 여자만 같이 산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남자가 왔다갔다하니 불편하죠.
워킹홀리데이 생활 초기였는데 그때가 너무 서럽고 힘들었어요. 한국에서 엄마가 이제 외국 나가서 제대로 고생하면 정신 차린다고 말씀하셨던 게 머릿 속에 맴돌더라고요. 집이나 돈 때문에 그렇게 걱정한 게 처음이라서 힘들었어요.
: 저는 아직 힘들다고 얘기할 만한 경험이 별로 없긴 한데, 나간 지 얼마 안 된 카페 일이 어떻게 될 지 고민이에요. 계약서도 안 썼는데 장사가 잘 안 되니 월급은 제대로 줄지 걱정스럽죠. 주인 아저씨가 파키스탄분이에요. 되게 친숙하게 잘 해주고 성격도 좋은 분 같은데 어쩌다 한 번 선을 넘으려고 하는 때가 있는 것 같아서 선을 어떻게 그어야 할 지도 고민이에요.
그래도 아직 이게 제일 힘들다고 말한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더 힘든 일이 있지 않을까요.
: 직장 구하고 집 구하기까지가 제일 힘들고 정착하면 괜찮을 거예요.
: 정착기에는 다 그런 것 같아요.
: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생활 중에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 소소하게 즐거웠던 기억은 많은데 거창하게 ‘행복하다’는 적은 없던 것 같네요.
김희욱: 워킹홀리데이 하면서 여유 시간은 조금 있나요?
: 스스로 만들려고 해요. 제 성격이 불행한 상황에도 어떻게든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심하게 낙천적인 편이여서 시간 같은 건 스스로라도 만드는 편이죠.
행복했다고 치면 이런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쉬는 날 자전거 타고 조금만 나가면 바닷가잖아요. 친구들 만나서 같이 산책로 돌아다니고, 이런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어딜 찍어도 다 화보고요. 아직 날씨 좋은 것도 행복하네요.
: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덴마크 와서 정착했다는 느낌을 예전에는 못 느꼈어요. 집 구해야 하지, 이거 해야지, 저거 해야지, 만날 스트레스 받으니까요. 그러다가 스웨덴을 다녀왔는데요. 스웨덴 가니까 언어가 낯설더라고요. 덴마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덴마크어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집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덴마크어를 알아듣는 건 전혀 아니예요 (웃음) 그런데 그 때 ‘아 내가 덴마크에 정착했구나’라고 깨달았어요. 이게 얼마 안 됐어요. 그 전까지는 제가 정착했다는 느낌을 못 느꼈어요.

덴마크 워홀 4주차 김보임 씨 (사진: 안상욱)
덴마크 워홀 4주차 김보임 씨 (사진: 안상욱)

: 모든 게 새로운 시간이잖아요. 집에서조차 이국이고 발 딛는 곳도 처음 보는 곳이니까 아직은 다 좋아요. 한국에서는 일하고 휴학하고 학교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 없이 살았거든요.
덴마크 와서 일자리 구하기 전에 아침에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눈 떴는데 날씨가 좋으니까 마음이 푹 놓이면서 정말 좋더라고요. 저도 한국에 있을 동안 행복을 다 잊고 살다가 덴마크에 오니 역치가 낮아진 거 같아요. 아직 굴곡 없이 좋아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일 주변 친구가 덴마크에 워킹홀리데이 오려고 한다면 추천하시겠어요?
: 만약 제가 한 번 더 덴마크에 워킹홀리데이를 올 수 있다면 안 올 거예요. 저는 계획 없이 막 왔거든요. 제 개인적인 얘기입니다만, 제가 너무 힘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 많았어요. 직접을 구할 때나 집 구할 때도 그렇고, 아예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접고 집에 가야 하나 고민해야 했으니까요. 이런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벌써 마음을 먹은 분이거나 계획이 잡힌 분이라면 좀 힘든 것도 예상하고 오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낙천적이거나 고통도 즐길 각오가 된 분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분은 말릴 수 없겠지요. 덴마크는 워킹홀리데이 길이 안 닦여 있어요. 그래서 길을 개척하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할 만 하겠네요. 아니라면 호주 같이 길이 있는 곳으로 가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덴마크는 워킹홀리데이 길이 안 닦여 있어요. 그래서 길을 개척하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할 만 하겠네요.

: 저는 추천하겠어요. 오기 전에는 좀 가볍게 결정했는데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순간부터는 워킹홀리데이 생활이 힘들 거라고 각오했고, 저 스스로도 사서 고생한다는 마음으로 와서 그런지 아직은 만족스러워요. 덴마크로 워킹홀리데이를 올 지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행복이라는 것에 기대치를 많이 낮추고 힘들 각오를 하고 오면 좋겠어요.
그리고 덴마크 오기 전에 덴마크어를 공부하고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도 덴마크 오기 전에 착 사서 공부해보려 했는데 책이 없더라고요. 혹시 배울 길이 열린다면 간단한 회화라도 익혀서 오는 편이 훨씬 이득일 것 같아요. 덴마크어가 안 된다면 영어를 웬만한 수준으로 하면 되고요. 언어가 안 되면 그만큼 더 힘들 각오를 하고 와야 해요. 언어가 안 되면 오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힘들 각오는 더 단단히 하고 오셔야 해요.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오면 상응하는 뭔가 얻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크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오면 상응하는 뭔가 얻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김희욱: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생활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요?
: 너무 많아서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힘드네요. 덴마크 사회 속에서 덴마크인을 만나 교류할 기회가 없는 점이 아쉬워요. 한국인한테 다가와서 쉽게 만날 덴마크 친구는 한국 문화에 관심 많아서 먼저 다가오는 친구만 잇는 것 같아요. 저도 덴마크를 모르고, 그 친구도 한국을 모르고 서로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교집합을 만드는 걸 느껴보고 싶어요.
: 한국에 관심 없는 덴마크인 사귀기 진짜 힘들어요. 제가 보기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인종차별을 하는 것 같아요. 일자리 구할 때도 동양인은 특정 직종에서 배제하는 것 같고, 술 먹은 밤에 동양인 비하하는 욕 한다든가 아니면 여자분들께 성희롱 하는 것도 그렇고요. 젊은층이나 나이든 분이나 동양인 쉽게 보는 사람은 있더라고요. 이런 점 때문에 덴마크 친구 사귀기 힘든 것 같아요.
: 덴마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같은 반 친구와 같은 선생님하고 공부한다고 들었어요. 10년 가니까 그 친구랑 엄청 친하고 끈끈하니까 다른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 때 친구가 끝까지 친구가 되는 경우가 많으니 더 많은 친구를 만들 필요도 못 느끼고, 먼저 다가가는 적극적인 성격도 아니니 한국에 관심 없는 토종 덴마크인 친구 사귈 기회가 없다고 들었어요. 길을 닦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고 자기 스스로 덴마크인 만나려고 시도해야 할 것 같아요.
: 저도 동의해요. 내성적인 분은 친구 사귀기 힘들어요. 한국인이 아니면 먼저 다가가지 않으니까요.
언어 얘기 하셨는데, 오기 전에 덴마크어 좀 배워오면 좋겠어요. 와서도 덴마크 어학원 공짜잖아요. 저도 몇 번 가보기만 하고 여건이 안 되서 못 다니기는 했지만 다니면 좋겠어요. 일자리 구할 때도 덴마크어 얼마나 하는지 항상 물어봐요. 못하면 사람 대하는 일은 못하고 키친 들어가요. 덴마크어를 하면 밖에 나와서 사람도 만나고 할 테니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공짜니까 배우면 좋겠어요.

덴마크어를 하면 밖에 나와서 사람도 만나고 할 테니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 덴마크에 올까 말까 고민하면 오라고 할 것 같아요. 대신 북유럽이라는 장미빛 환상에 사로잡혀서 오지는 말라고 하고 싶어요. 일 구하기 힘들고 집 구하기 힘들고 덴마크어 못 하면 앞에서 사람 만나는 자리에 있기 힘들고요. 사람들이 친절하기는 하기는 하지만 속을 비집고 들어가려면 보수적이죠.
덴마크 사람한테 저는 외국인 노동자잖아요. 한국에서도 동남아에서 오신 분이나 조선족 분을 우리가 보듯, 덴마크인도 우리를 그렇게 보겠지요. 그런 각오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덴마크 워홀을 생각하는 이유가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어서라든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1순위라면 다시 생각하라고 하겠어요. 제가 덴마크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이유는 두 문제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게 1순위가 아니라 온 거거든요.

덴마크 워홀을 생각하는 이유가 영어 실력을 늘리고 싶어서라든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게 1순위라면 다시 생각하라고 하겠어요.

저는 덴마크에서 해외 생활 경험 자체를 해보고 싶었어요. 이 나이 먹도록 나가서 제대로 외국 생활을 한 적이 없었는데, 마침 학기도 한 학기 남았으니 지금 아니면 절대 못 할 거 같았거든요. 이제 졸업하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그 전에 한 번 더 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그러기 힘들잖아요. 어디만 가면 ‘요즘 뭐하니’, ‘취직은 언제 하니’ 다들 묻죠. 제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시지만 한국 사회는 주변에 모든 사람이 쪼잖아요. 거기서 벗어나서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이런 목적이라면 추천하겠어요.

3 thoughts on ““덴마크 워홀 비단길 아냐”…3인3색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체험기”

  1. 10개월 되었는데도 덴마크어 못알아듣는데 정착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다니… 생각보다 외노자가 살기 힘든 나라인가보네요.

    1. 외국인으로서 살기 편하다고 얘기할 만한 나라가 있을까 싶습니다. 덴마크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방인으로 산다면 힘들겠지요. 한국 안에서도 공동체에 녹아들지 못하면 괴리감을 느끼듯 말이죠.

  2. Pingback: “덴마크 워홀도 가까스로 버티는 일”…4인4색 덴마크 워킹홀리데이 경험담 – NAKED DENMARK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