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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의 영화관] 가질 수 없는 ‘美’를 탐하다 ‘네온 데몬’

[민희의 영화관] 가질 수 없는 '美'를 탐하다 '네온 데몬'

아름다움이 전부인 세계가 있다. 모델의 세계다. 주인공 ‘제시’는 모델이 되고자 도시로 터를 옮긴다. 그는 빼어난 미모로 누구보다 빨리 성공 궤도에 오른다. 하지만 이 때문에 주변에 질투를 산다.

<네온 데몬>은 잔혹 동화 같은 영화다. 주인공의 아름다움을 탐한 동료들은 결국 그녀의 인육을 먹는 지경에 이른다.

결말은 충격적이지만 영화 전체 플롯은 단순하다. 모델이 되려고 도시에 온 주인공과 그를 질투하는 동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단순한 플롯은 창의적인 연출을 돋보이도록 하는 장치다.

이 작품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순수했던 주인공은 모델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하자 자만심에 사로잡힌다. 아름다움이 전부인 세계에 물들어버린 것이다. 감독은 화려한 모델 세계를 상징하는 네온 불빛 속에 주인공을 가둠으로써 주인공의 심적 변화상을 그렸다. 화려하지만 잔혹한 ‘네온 데몬’이 그녀를 삼켜버린 것. 감독은 상징성을 스토리에 녹여내려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하게 드러냈다. 이런 노골적인 연출 방식에 놀랐다.

의 한 장면 (사진 : Bifan.kr 제공)

<네온 데몬(Neon Demon)>의 한 장면 (사진 : Bifan.kr 제공)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 감독은 전작 <드라이브(Drive)>에서 보라색과 빨간색을 써 우울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그려냈다. <네온 데몬>에서는 네온 빛으로 도시의 차가움을 드러냈다. 네온 빛은 그 안에서 소녀들이 벌이는 이야기에 한층 더 음산한 빛을 덧씌운다. 화면의 빛깔로도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네온 데몬>이 어떤 영화인지 모른 채 감독이 덴마크인이라 봤다. 보고 난 뒤에는 기대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 영화라는 매체는 늘 스토리가 주도한다고 여겼는데, 시각과 상징이 영화를 이끌어 갈 수도 있다니 놀라웠다.

<네온 데몬>은 제66회 칸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돼 비평가와 관객에게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평단은 신선한 연출을 높이 샀으나 관객은 단촐한 스토리를 화려한 포장으로 무마하려 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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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덴마크와 한국을 연결하고 싶은 예비 영화인입니다. 이메일 minheekim02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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