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콘밸리] 프롤로그2: 유럽을 선도하는 덴마크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건강관리법 및 관련 시스템을 뜻한다. 건강기록을 디지털화 하는 e헬스(e-Health),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원격진료의 일종인 u헬스(u-Health), 모바일 기술을 이용한 m헬스(m-Health)가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에 포함된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이 각종 규제와 의료계의 반발 때문에 난항을 겪는 사이 덴마크는 올 3월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환자 대상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작했다. COPD 환자가 집에 비치된 단말기로 혈압·체중·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면 데이터가 원격진료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측정치에 문제가 있다면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 담당자가 재빨리 대응해 응급 상황을 예방한다.
덴마크는 ICT 분야와 의료제약 기술이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발달한 나라다. 그러니 당연히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달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가능성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분야다. 환자 정보 수집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풀어내려면 정부 차원에서 협조를 구해야 한다. 덴마크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

원격진료를 위해 가정에서 혈압을 재는 환자 (출처: 덴마크 보건부)
원격진료를 위해 가정에서 혈압을 재는 환자 (출처: 덴마크 보건부)

덴마크 디지털 헬스케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e저널(e-Journalen)과 원격진료다. e저널은 환자의 디지털화된 의료 기록이다. e저널에는 환자의 진단 결과와 치료 내용, 처방 약, 기타 주의사항이 기록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런 기록은 모두 디지털화 됐다.
하지만 덴마크 e저널은 공유와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과 퍽 다르다. e저널은 단순히 한 병원의 진료 기록을 디지털 자료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것을 모든 병원과 공유해 병원 소속 의사, 지역 주치의, 환자 모두 접근하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보안 조치도 취했다. 데이터에 접근할 때마다 열람 내역을 기록한다. 데이터를 공개하기 싫은 환자는 접근을 거부해도 된다.
큰 병원은 EHR(Electronic Hospital)이라는 자체 시스템을 이용해 e저널을 열람한다. 지역 주치의와 환자는 ‘건강닷디케이(sundhed.dk)’라는 공중보건 서비스 공식 포털 사이트에서 언제든 e저널을 열어볼 수 있다. 건강닷디케이에서 e저널을 조회해 의사는 환자의 몸 상태나 병력, 복용 중인 약물 등 정보를 꼼꼼히 파악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환자는 자신이 진단 받은 내역과 의사가 알려준 주의사항을 빠짐없이 확인할 수 있다.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의사의 진단을 모두 잊어버리기 십상이라는 점을 돌이켜보면 건강닷디케이는 매우 유용해 보인다.
건강닷디케이는 다양한 질병과 약 정보를 담은 핸드북도 제공한다. 지역 주치의 방문 일정을 예약하는 기능도 있다. 만성 질병 환자 커뮤니티도 마련해 뒀다.
sundhed.dk 화면
sundhed.dk 화면

원격 진료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꽃이라 불린다. 덴마크는 이미 지역 단위 작은 프로젝트를 마쳤다. 전국 단위 프로젝트도 이미 진행 중이다. 성공 사례가 앞서 언급한 COPD 환자 원격 진료 프로젝트다.
원격 진료가 앞서 가는 비결은 덴마크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투자했다. 2010년에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힘을 합쳐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해 조직개편까지 단행했다. 의사·간호사·약사·간병인 등 모든 의료계 관계자의 호의적 태도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육성하려는 정부의 법률 제정에 큰 도움이 됐다.
오티콘사의 어플리케이션 Oticon Opn™ (출처: Oticon global website)
오티콘사의 어플리케이션 Oticon Opn™ (출처: Oticon global website)

메디콘밸리 내 많은 기업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보청기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 오티콘(Oticon)은 보청기 사용자가 TV나 오디오를 사용할 때 불편함을 줄여주는 앱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대학교 연구팀과 손잡고 보청기 사용자가 전문 의료인과 원활히 소통하도록 돕는 앱도 개발했다. 디지털과 다소 멀어 보이는 제약회사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k)도 IBM왓슨(IBM Watson) 같은 다국적 기업과 협력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앞으로는 메디콘밸리에 자리 잡은 기업을 각각 자세히 들여다보고, 덴마크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로 이제 막 발을 내디딘 한국의 미래상을 그려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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