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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첫 번째 입양인 한국어 교실을 마치며

“수업에서 배운 부분이 한국에 여행 갔을 때 큰 도움이 됐어요.”
한국어 교실이 진행 중이던 차에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입양인 학생이 고맙다며 얘기를 전했다. 덴마크에서 한국어 교실을 시작한 보람이 밀려왔다.
수업할 장소를 구하고 선생님을 모집해 첫 수업을 열기까지 하나도 쉬운 일이 없었다. 4월12일 덴마크 입양인 한국어 교실 첫 수업을 참관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수업이다. 마지막 수업을 축하해주고 싶어 6월21일 오후 김치호떡을 들고 한국어 교실을 찾았다.

덴마크 입양인 한국어 교실 마지막 수업 (사진: 김희욱)

아쉽게도 마지막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평소보다 적었다. 덴마크 사람은 여름 휴가가 길기 때문에 휴가기간에 외국으로 떠나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시몬(Simone)은 한국에 사는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한국으로 떠났다. 가기 전까지도 한국의 결혼식 문화에 관해 많이 물어봤다.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줘 모두가 축하를 보냈다.

“말이 통하려면 언어보다 문화를 먼저 이해해야”

수업에 참가한 학생 대다수는 기존에 다른 사설기관에서 한국어 수업을 들은 적 있다고 한다. 그런데 끝까지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다른 학생과 다르기 때문이다.
입양인 한국어 교실에 참가한 학생은 모두 한국에 사는 친부모와 가족을 다시 만난 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찾은 가족과 제대로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가 한국어를 배우도록 이끌었다.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처음 수업을 기획할 때부터 언어 못지 않게 덴마크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일대일로 언어와 문화 수업을 배정했다. 한국어 수업 45분을 마치면 문화 수업을 45분 이어갔다.

“진도 빼기 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할 줄 알아야 할텐데”

첫 수업에서는 한글을 읽고 쓰는 과정을 넘어 문장을 응용하고 발음하는 것을 연습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한 학기 10번 수업만으로는 진도를 충분히 나갈 수 없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한 학기 수업이 끝날 때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한국어를 구사하길 기대하고 수업을 준비한다. 다소 빠른 진도 때문에 몇몇 학생은 카페에 따로 모여 스터디 그룹을 운영한다고 한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습량보다 배운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용할 줄 아는지 확인하고 진도를 나가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복습이라고 한다. 그날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지만, 수업을 마친 뒤에는 다시 덴마크 가정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한국어 교실에서 배운 한국 말을 응용할 기회가 없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녀가 함께 수강한 학생은 집에 가서 서로 복습할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고 한다.

덴마크 입양인 한국어 교실 마지막 수업 (사진: 김희욱)

항상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 한국어 교실이 다행히 활기를 되찾은 것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선생님들과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복습하며 생긴 질문이다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묻고 배웠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이 같은 사람이 교실에 모여 함께 공부한 덕분에 학습뿐 아니라 한국에 방문할 때에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교류를 이어갔다고 한다.
언어 수업 뒤를 잇는 문화 수업은 학생이 관심 많은 주제를 따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식문화, 가족, 결혼, 휴일, 역사, 교육 등 분야를 막라했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한국의 미적 기준을 다뤘다. 평소 기사로만 간접적으로 들었던 한국의 성형 문화를 선생님을 통해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학생들은 10회차에 걸친 문화 수업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한국 가족을 다시 만날 때 나눌 이야기거리가 많아졌다고 좋아했다. 강의보다 주제를 두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식으로 진행한 덕분에 도리어 선생님도 덴마크 문화를 배웠다고 말했다. 다만 서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방식 때문에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다음 수업부터는 주제와 연결된 참고자료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류할 기회가 늘어나길 바라”

학생들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물론 처음 운영한 프로그램이니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1학기 10회차라는 수업 수도 적을 뿐더러 1시간30분이라는 수업 시간도 너무 짧아 서로 알아갈 시간도 부족해 아쉬웠다는 평이었다.
한국어 교실을 한층 더 발전시켜 달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평소 덴마크에서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기에 덴마크 인이 한국 학생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덴마크 생활에 도움을 주는 튜터-멘토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입양인의 덴마크인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실을 열어달라는 학생도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식문화 수업 시간에 주방을 빌려 본격적으로 한국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견도 나왔다.
Naked Denmark는 첫번째 수업에서 얻은 경험을 밑거름 삼아 오는 8월 두 번째 수업을 열 계획이다. 수업 장소와 교사진을 섭외 중이다. 참가자 모집은 7월 중에 시작한다.

ande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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