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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히든맵] 벚꽃 피는 공동묘지, 비스프비아 키아케고

옷차림이 가벼워진 만큼 사람들 표정 역시 밝아졌다.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이면 노천카페는 브런치를 즐기는 인파로 가득하다. 춥고 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코펜하겐에 봄이 찾아왔다.
식물은 사람보다 계절이 바뀜을 먼저 느낀다. 땅 위에 쏟아진 별처럼 개나리가 피고 나면 설레는 마음을 대변하듯 분홍색 벚꽃이 나타난다.
한국 사람이 봄이 오면 도시락을 들고 윤중로를 향하듯 코펜하겐 시민 역시 매년 봄 어김 없이 찾는 장소가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

코펜하겐에서 가장 빨리 벚꽃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은 언뜻 봄과 거리가 먼 공동묘지다. 그 곳은 비스프비아 키아케고(Bispebjerg Kirkegård). 키아케고는 공동묘지란 뜻이다. 1903년에 약 13만평의 규모로 조성된 덴마크에서 가장 큰 공동묘지다. 덴마크 언어학자 루드 웜머(Ludvig Wimmer), 코펜하겐 시청 천문시계를 고안한 옌슨 올센(Jens Olsen) 등 유명한덴마크인이 이 곳에 잠들어 있다.
비스프비아 키아케고는 공동묘지라는 단어가 지닌 인상과 거리가 멀다. 묘지 조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마치 도심 속 공원 같은 역할을 한다. 산책하는 사람이나 자전거 타고 묘지를 지나가는 사람도 많다. 묘지 곳곳에서는 유명 조각가의 작품과 종교 의식이 열리는 작고 고요한 예배당을 만날 수 있다.

벚꽃과 포플러나무

벚꽃터널이 시작되는 입구(사진:조혜림)

이맘 때 남부 예배당부터 펼쳐지는 분홍색 벚꽃 동굴이 비스프비아 키아케고의 상징이다. 벚꽃 송이가 낮게 깔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코펜하겐 시민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4월에 비스프비아 키아케고를 방문한다. 이 시기에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은 해시태그가 걸리는 코펜하겐 명소가 비스프비아 키아케고다. 덴마크 유명인의 벚꽃 놀이 인증샷도 매년 화제에 오른다. 지난해에는 덴마크 TV 호스트인 토마스 스코브(Tomas Skov)가 임신한 아내와 이 곳에서 사진을 찍어 올려 많은 호응을 받았다.
원래 비스프비아 키아케고의 상징은 커다란 포플러 나무가 늘어선 가로수길이었다. 1930년대부터 이 곳을 지키던 포플러 나무는 90년 동안 묘지와 함께 살다 지난 2014년 모두 죽었다. 코펜하겐시는 새 나무를 심었다. 어린 나무는 아직 자라는 중이다. 10~15년 뒤면 벚꽃과 함께 포플러 나무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코펜하겐 벚꽃 축제

활짝 핀 벚꽃의 모습(사진:조혜림)

비스프비아 키아케고와 함께 코펜하겐에서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있다. 인어공주 동상 근처다.
2008년부터 코펜하겐에서는 주덴마크 일본 대사관이 지원하는 ‘사쿠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벚꽃과 함께 일본 음식, 검도, 가라테 등 일본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마련한다. 한국 벚꽃 축제처럼 잔디밭 위에 앉아 나들이를 즐기는 인파를 구경할 수 있다.
올해 코펜하겐 벛꽃 축제는 4월30일부터 5월1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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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e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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