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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법원, 25년 간 취약계층 지원금 200억원 빼돌린 전 공무원에 징역 6.5년 선고

사회 취약 계층 지원 사업을 담당하며 25년 동안 지원금 수백 억 원을 횡령해 착복한 전직 공무원에 법원이 2월18일 징역 6년6월형을 선고했다.

취약 계층 지원사업 담당 공무원 25년간 지원금 200억원 착복

올해로 65세인 브리타 닐센(Britta Nielsen)은 40년 간 덴마크 국립보건위원회(Socialstyrelsen)에서 사회 취약 계층과 장애인 지원 사업을 관리하는 일을 하며 주변에 신망을 받았다. 덕분에 간부는 아니었으나 개별 사업에 예산을 승인하고 직접 송금할 권한까지 손에 넣었다.

하지만 성실한 공무원 생활은 흐비도우레(Hvidovre)에 집을 사며 흔들렸다. 집안에 경제적 문제가 생기자 그는 업무상 관리하던 사회 취약 계층 지원금에 손대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2018년까지 장장 25년 동안 298차례에 걸쳐 1억1700만 크로네(201억3570만 원)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

2012년까지는 가짜 지원 사업을 만들어 지원금을 빼돌렸다. 자기복지협회(Foreningen Hjælp til Selvhjælp)라는 단체까지 꾸며냈다.

하지만 바늘 도둑은 바늘에서 멈추지 않았다. 더 많은 금액을 횡령하며 브리타는 실제로 진행 중인 지원 사업에 집행해야 할 예산까지 손댔다. 낭포성섬유증협회(Cystisk Fibrose Foreningen)가 2017년 중 행사 1건을 취소해 그 해 지원금을 소진할 수 없다고 브리타 닐센에게 고지하자, 그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원금은 다음해로 이월되지 않는다고 이메일로 답신하고는 지원금 잔액을 챙겼다.

2018년 11월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란드버그 마기스트레이트 법원에 출두한 브리타 닐센 (사진: AP 재인용)

범행 드러나자 남아공으로 도피해 3개월 만에 체포돼 압송

브리타 닐센의 대범한 범행은 국립보건위원회가 내부 감사에서 보조금 지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낸 2018년 8월에야 드러났다. 위원회는 지원금 송금 내역 수천 건을 검토해 브리타 닐센이 공금을 횡령한 정황을 찾아내 9월24일 상위 기관인 아동사회복지부(Børne- og Socialministeriets)에 보고하고 이튿날인 9월25일 퓐지방경찰청(Fyns Politi)과 특별금융국제범죄검찰청(SØIK)에 신고했다. 9월26일에는 브리타를 해고했다.

혐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브리타 닐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피했다. 그리곤 도피 자금으로 남아공 내 자기 계좌로 9월27일 40만 크로네(6890만 원), 9월29일과 10월8일은 아들 계좌로 모두 70만 크로네(1억2050만 원)를 또 다시 빼돌렸다. 해고된 뒤에도 브리타는 여전히 위원회 지원금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덴마크 수사기관은 브리타를 인터폴에 국제 수배했다. 11월5일 오전 요하네스버그 남부 한 아파트에서 검거됐다. 브리타 닐센은 덴마크로 송환돼 재판을 받았다.

“공무 상 직위 남용해 취약 계층 지원 예산 착복해 죄질 불량”

신뢰 사회로 유명한 덴마크를 2년 간 떠들썩하게 만든 공무원 공금 횡령 사건은 2020년 2월18일 코펜하겐지방법원(Københavns Byret)이 브리타 닐센에게 사기 등 혐의로 징역 6월6월형을 선고하고 약 1억1300만 크로네(194억4730만 원)와 업무 관련 파일 및 서류를 압수하며 일단락됐다.

브리타 닐센 측 변호인은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던 그의 직무를 국립보건위원회가 전혀 통제하지 않아 범행을 방치한 셈이라며 가벼운 형량을 주문했다. 니마 나비포우르(Nima Nabipour) 변호사는 지난 주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립보건위원회 사무실에 현금이 가득 든 서류 가방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그 돈을 가져가도 아무도 모릅니다. 내일도 그 가방은 거기 있어요. 여전히 누구도 돈이 사라지는 걸 알아채지 못하죠.”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취약 계층과 소외된 시민을 지원하는 사업에 쓸 자금을 착복하고 공무 상 직위를 남용했다”라며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브리타 닐센 측은 1심 판결에 승복했다. 는 “내 의뢰인은 재판이 모두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만족했다”라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징역 8년을 구형했던 검찰 측도 1심 판결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스베스 요르겐센(Lisbeth Jørgensen) 검사는 “무척 엄중한 판결”이라며 “다른 가장 심각한 경제 사범과 마찬가지로 판결이 나왔다”라고 평했다.

브리타 닐센 세 자녀도 공범으로 재판 앞 둬

브리타 닐센 본인의 판결이 끝나자 덴마크 언론의 초점은 거의 세 자녀에게 옮겨갔다. 세 사람은 모친의 정부 지원금 횡령에 가담했거나, 횡령한 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모두 기소됐다.

아들 39세 지미 하야트(Jimmy Hayat)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모친 브리타 닐센에게 모두 1070만 크로네(18억4150만 원)에 달하는 자산을 받았다. 모친이 횡령한 자금을 숨기는데 손을 보탠 혐의도 받는 그는 2018년 11월부터 구금 중이다. 남아공에 거처를 마련하는데 쓴 90만 크로네(1억5490만 원)를 송금한 것도 아들 지미였다.

딸 사미나 하야트(Samina Hayat)는 횡령한 자금 중 3720만 크로네(64억 원)를 받아 말 3필 등을 샀다. 다른 딸 야밀라 하야트(Jamilla Hayat)는 350만 크로네(6억 원)를 받아 흐비도우레 주택 잔금을 내고, 차 여러 대를 구입했다.

2018년 11월 인터뷰에 나선 브리타 닐슨의 딸. 왼쪽이 사미나 하야트, 오른쪽이 야밀라 하야트 (Discovery Networks Danmark/’Brit © Scanpix)

브리타 닐센의 세 자녀의 혐의는 올 3월부터 글로스트루프지방법원(Retten i Glostrup)에서 다툰다. 세 피고인은 모두 혐의를 인정했다.

참고 자료

ande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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