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올 3월부터 동성애 남성도 헌혈 허용

올 3월부터 덴마크에서는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MSM)도 헌혈을 할 수 있게 된다. <DR>이 1월20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는 1988년부터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금지했다. 동성애가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를 퍼뜨린다는 항간에 우려가 폭발한 탓이다. 덴마크 국립보건위원회(Sundhedsstyrelsen)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동성애 혹은 양성애 성향을 지닌 남성이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덴마크 정계는 수 년 전부터 동성애 남성의 헌혈을 금지한 규제가 구시대적인데다 차별적이기까지 하다고 비판해 왔다. 2018년 8월 자유당(Venstre) 소속 전임 보건부 장관 엘렌 뇌르뷔(Ellen Trane Nørby)는 이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이 정권을 탈환했으나, 성소수자 차별 규제 철폐 기조는 이어 받아 반년 만에 이행 약속을 지켰다.

마그누스 휴니케(Magnus Heunicke) 덴마크 보건부 장관은 남성 동성애자에게 헌혈할 권리를 보장하는 보건법 시행 규칙(Bekendtgørelse) 개정안을 1월17일 국회 평등위원회(Folketingets Ligestillingsudvalg )와 보건노인위원회(Folketingets Sundheds- og Ældreudvalg)에 보냈다. ‘남성과 섹스한 남성에게 헌혈할 기회 보장’(Indførelse af mulighed for bloddonation for mænd, der har sex med mænd) 시행 규칙 개정안은 보건부 장관령으로 이번 달부터 남성 동성애자도 헌혈을 허용하라고 명했다. 다만 혈액은행(blodbankerne)이 개정안을 이행하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에 실제 적용 시기는 올 3월로 잡았다. 정확한 일자는 미정이다. 시행 규칙 개정이기에 국회 표결 없이 장관령으로 바로 개정안을 발효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덴마크 보건노인부는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금지 기간(karantæneperiode) 4개월을 내걸었다. 동성과 성관계를 맺은 지 4개월이 지나야 헌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그누스 휴니케 장관은 시행 규칙을 개정함으로써 덴마크가 세계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반열에 올랐다고 자평했다. 캐나다와 영국은 3~4개월 헌혈 금지 기간을 조건으로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허용했다. 프랑스는 올해 초 헌혈 금지 기간 4개월을 조건으로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허용할 예정이다. 한국은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금지한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보 환영하나, 헌혈 금지 기간은 여전히 차별적”

봉사단체 덴마크 혈액 기증자 모임(Bloddonorerne i Danmark)은 남성 동성애자 헌혈을 허용한 시행 규칙 개정을 반겼다. 플레밍 뵈그-쇠렌센(Flemming Bøgh-Sørensen) 사무총장은 <DR>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환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너무 엄격한 규제를 간단히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라고 말했다.

“헌혈 금지 조치가 도입 당시에는 상식적이었으나, 혈액 검사가 꽤 안전한 오늘날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헌혈 금지 기간을 4개월로 결정한 점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4개월 간 헌혈을 금지해야 한다는 전문적 근거는 없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봅니다만, 언젠가 규제를 더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성소수자 단체 LGBT 덴마크(LGBT Danmark) 역시 시행 규칙 개정을 환영했으나 한계도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4개월 헌혈 금지 기간 때문에 대다수 남성 동성애자는 헌혈을 금지당할 겁니다. 근본적으로 차별적인 이 조항 때문에 더 많은 전문가가 헌혈 금지 기간이 얼마나 돼야 할지 논의하게 될 겁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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