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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시, 공공장소에 과일 나무 심는다

조만간 코펜하겐을 여행하다 허기 지면 슈퍼마켓이 아니라 공원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가로수에 매달린 제철 과일을 마음껏 따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 지방정부(Københavns Kommune)는 수도 코펜하겐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식용 식물과 과실 관목을 활용한 녹지화 행정 기초 계획”(administrationsgrundlag for begrønning med spiselige planter og frugtbærende buske)을 내놓았다. 풀어 얘기하면 코펜하겐 내 공원과 공동묘지, 여가 시설 등 공공부지에 열매 맺는 식물을 더 많이 심자는 얘기다.<폴리티켄>이 11월20일 보도한 소식이다.
올해 초부터 이 계획을 추진해 온 사회인민당(SF) 소속 코펜하겐 시의원 아스트리드 알레르(Astrid Aller)는 “사소한 일처럼 보일지라도 코펜하겐을 운전해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장소로 만들자는 우리 노력의 일환”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우리는 코펜하겐 전역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집이나 직장, 공원만 점점이 찍고 다니는 곳이 아니라요.”

평일 낮 코펜하겐 시내 공원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시민 (촬영: 안상욱)

현재 코펜하겐에서 식용 나무를 심은 곳은 아마게르 공유지(Amager Fælled) 같은 자연보호 구역 및 공원 뿐이다. 아스트리드 알레르 의원이 내놓은 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더 많은 곳에 식용 나무를 심게 된다.
물론 지역에 따라 식재하는 종은 다르다. 자연보호 구역에는 생태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토종 식물종만 심는다. 야생 사과, 귀룽나무, 라즈베리 등이다. 사과와 배, 체리, 블랙커런트(blackcurrant), 구스베리 등 본격적인 식용 나무는 시 부지와 공동묘지에 심는다. 놀이터, 탁아소, 학교, 요양원 등에는 토종 식물과 식용 나무를 함께 심는다. 이곳에는 허브 같은 식용 작물도 심을 수 있다. 공유지에 심은 식용 나무와 관목에 열린 열매는 누구든 채집해 갈 수 있다.
“많은 코펜하겐 시민은 정원을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자연을 가꾸면 무언가 돌려준다는 걸 배울 기회가 없지요.”
모든 시민이 식용 나무 식재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아동이나 노약자가 머무는 시설에 식용 나무를 심을 경우 떨어진 열매에 벌이 꼬여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아스트리드 알레르 의원은 해보다 득이 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몇몇 부모가 아이들이 벌에 쏘일까봐 걱정한다는 점을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아이들과 열매를 수확할 기회를 반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당신이 알러지가 있는데 벌에 쏘였다고 해도 다행히 코펜하겐에서 병원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공공부지에 열린 열매를 소수가 채집해 되팔면 어쩌냐는 걱정 섞인 질문에 아스트리드 알레르 의원은 “경제성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누군가 열매를 팔려고 관목을 탈탈 털어 갈 거라고 상상하기 어렵군요. 한 가족이 매달려 건포도 두 덤불을 털어 건포도 젤리를 만든다고 해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모든 열매가 한날 한시에 익지도 않으니 한 바퀴 돌아서 모든 열매를 다 채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코펜하겐 시의회는 11월21일 식용 나무 식재 안을 표결에 부친다. <폴리티켄>은 무난히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nder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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