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연금보험사, “기후협정 안 지키는 세계 10대 석유화학 기업 주식 처분한다” 발표

덴마크 민간 연금보험사 MP펜션(Pensionskassen For Magistre & Psykologer)이 알짜 수입원인 세계 10대 석유화학 기업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9월3일 발표했다. 10대 석유화학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약(Paris Agreement)에 반한다는 내부 검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덴마크 민간연금보험운용사 MP펜션 로고
덴마크 민간연금보험운용사 MP펜션 로고

MP펜션은 2016년부터 파리협약을 지지하고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8년에는 이사회에서 석유, 석탄, 오일샌드 등 화석연료를 만드는 기업 주식을 늦어도 2020년까지 청산하자고 결정했다. 다만 석유화학 기업이라도 장기 사업 계획이 파리협약을 준수한다면 청산에서 예외로 인정하겠다고 덧붙였다.
MP펜션이 검증해야 할 석유화학 기업은 1천여 곳에 달한다. 방대한 검증 절차를 한꺼번에 처리하기는 어렵기에 MP펜션은 세계 10대 석유화학 기업을 먼저 검토했다.
환경단체 등 다수 외부 조직과 손잡고 세계 10대 석유화학 기업을 검토한 결과, 어느 곳도 파리협약을 준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P, 로열 더치 셀(Royal Dutch Shell), 토탈(Total), 에퀴노르(Equinor) 등 4개 기업만 기후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엑슨모빌(ExxonMobil), 셰브런(Chevron), 페트로차이나(PetroChina), 로즈네프트(Rosneft),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등 6개 업체는 기후변화 대응책에 아주 제한적인 관심만 보이거나 전혀 무관심했다. 10대 석유화학 기업은 모두 공식적으로 파리협약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으나, 기후 규제를 엄격하게 바꾸는데는 계속 반대해 왔다. MP펜션은 10대 석유화학 기업을 검토한 결과도 공개했다.
이런 까닭에 MP펜션은 보유 중인 10대 석유화학 기업 주식 6억4400만 크로네(1140억 원)어치를 모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안데르스 스헬더(Anders Schelde) MP펜션 최고투자이사(CIO)는 “입수 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MP가 평가한 결과 긍정적인 사건이나 강한 헌신이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10대 석유화학 기업은 2020년 말까지 파리협약 목표를 준수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라며 “투자자로서 MP펜션은 2020년 말까지 이 기업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선을 분명히 긋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처분을 발표한 세계 10대 석유화학 기업 주식은 MP펜션이 보유한 석유화학업종 주식 가운데 3분의2에 해당한다. MP펜션은 이 업종에 1천여 기업의 파리협약 준수 여부를 검토한 뒤 10대 기업과 마찬가지로 2020년 안에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다.
하지만 MP펜션이 석유화학 산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다. 안데르스 스헬더 CIO는 10대 석유화학 기업이 환경친화적으로 거듭날 경우 매각한 주식을 다시 사들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MP펜션은 석사 학위 보유자, 고등학교 교사, 심리학자가 가입하는 민간 연금 펀드 운용사다. 고등학교 교사 노동조합(Gymnasieskolernes Lærerforening), 덴마크 석사 노조(Dansk Magisterforening), 덴마크 심리학자 노조(Dansk Psykolog Forening) 등이 덴마크 정부와 맺은 협약에 근거해 해당 업종에 노동시장연금으로 1960년 5월 설립됐다. 2009년부터 책임 투자 정책을 세우고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5%를 녹색 전환에 힘쓰는 기업에 투자하는 특별 기후 기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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