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정부 “외국인 범죄자와 망명 신청한 전과자, 무인도에 수용” 발표

덴마크 정부가 현재 동물 실험시설로 쓰이는 무인도 린홀름섬(Lindholm)에 덴마크 거주 자격이 없는 거주 용인 상태 외국인을 수용하는 퇴거 센터(Udrejsecenter∙Departure Center)를 세워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드러나 덴마크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덴마크 정부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과 전과 때문에 덴마크 입국을 거절당한 망명 신청자를 무인도에 격리 수용할 계획이라고 11월30일 발표했다.
 

거주 용인

거주 용인(tålt ophold∙tolerated stay) 상태란 덴마크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자격이 없으나, 여러 이유로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외국인을 추방 전까지 한시적으로 덴마크에 수용한 상황을 가리킨다. 덴마크 법원에서 범죄 혐의를 인정받아 거주권을 박탈당하고 추방당한 외국인과 테러 등 특정한 범죄 전과를 지닌 난민 신청자가 고국으로 추방 당하기 전 거주 용인 상태가 된다. 국적을 상실하거나 덴마크와 모국이 재입국 협정을 맺지 않은 외국인도 덴마크에서 추방 당하면 거주 용인 상태가 된다.
현재 거주 용인 상태인 외국인은 유틀란트 반도(Jutland)에 케르스호베고르(Kærshovedgård)에 퇴거 센터에 수용된다. 덴마크 정부는 범죄 혐의 없이 난민 신청을 거부당하기만 한 사람도 케르스호베고르 퇴거 센터에 함께 수용해 논란이 됐다.
2018년 현재 덴마크에 거주 용인 상태로 체류 중인 외국인은 75명이라고 <TV2>는 보도했다. 이 가운데 96%는 인구 절반 이상이 이슬람 신도인 국가에서 왔다. 이들은 덴마크 형법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확정돼 덴마크에서 추방당했다. 75명 중 한 사람은 덴마크 국회, 코펜하겐 시청 혹은 언론사 <윌란스포스텐> 등을 공격할 목적으로 덴마크 모처에서 폭발물을 만들다 덜미를 잡혀 12년을 복역한 이라크인 아마드 칼다히(Ahmad Khaldhahi)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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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옌센(Kristian Jensen) 덴마크 재무부 장관은 <리쳐>와 인터뷰에서 린홀름 퇴거 시설 설립 계획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추방형을 선고 받은 몇몇 외국인이 여전히 덴마크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사실이 문제”라며 “정부에는 이들을 감시할 방도가 없다”라고 말했다.
“무인도에 있으면 이동할 여지가 한층 제한됩니다. 원칙적으로 섬에 남아야 하는 셈이죠. 그럼 정부는 수용자의 소재를 더 확실히 통제할 수 있습니다.”
 

린홀름, 동물 실험실로 쓰이던 무인도

새 퇴거 센터가 들어설 린홀름섬은 수도 코펜하겐에서 남쪽으로 75킬로미터 떨어진 무인도다. 셸란섬(Sjælland)과 묀섬(Møn) 사이 스테게만(Stege Bugt)에 7헥타아르(ha) 규모로 자리했다.

현재 린홀름섬은 덴마크공과대학교(Danmarks Tekniske Universitet∙DTU) 수의학연구소(Veterinærinstituttet)가 독점 사용한다. 구제역, 광견병, 돼지 콜레라 등 가축 전염병을 연구하는 곳이다. 1938년부터는 구제역 백신을 만든다.
전염 통제를 위해 섬 출입은 엄격히 제한된다. 외부인은 DTU에 사전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연구소 직원 80~100명은 바이러스(Virus)와 울루순(Ulvsund)이라고 이름 붙은 여객선 2척으로 출퇴근한다. 린홀름에 거주 등록된 사람은 여객선장과 경비원으로 일하는 3명 뿐이다. 린홀름섬에 들어온 동물은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실험이 끝난 피험체 동물은 전염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살해 소각한다.
DTU는 2018년 중반에 린홀름섬에서 동물 실험을 멈추고 2019년까지 수의학연구소를 주 캠퍼스가 있는 링뷔시(Lyngby) 룬토프테(Lundtofte)로 이전하는 중이다. 수의학연구소를 해양연구소, 식품연구소에 함께 둬 연구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장을 추방 예정 외국인 수용 시설로

우파연립 덴마크 정부와 이민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은 2019년 정부 예산안에 린홀름섬에 2021년까지 퇴거 센터 사업에 7억5900만 크로네(1억3000만 원)를 책정했다. 2억1천 크로네(360억 원)는 건물과 기반 시설 등을 짓는데 쓴다. 동물 시험으로 오염된 시설을 철거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연간 운영비도 2억2500만 크로네(385억 원)로 잡아뒀다. 최대 수용인원은 125명으로, 수용자 1명당 연간 운영비는 180만 크로네(3억814만 원)다. 1인당 연간 운영비가 25만 크로네(4280만 원)인 케르스호베고르 퇴거 센터보다 7배 이상 많은 비용이 든다.
린홀름 퇴거 센터는 덴마크 수용교정본부(Kriminalforsorgen)가 운영한다. 범죄자를 격리 수용할 유치장도 마련한다. 경찰 병력이 상주한다. 크리스티안 옌센 장관은 “그들을 투옥하는 것은 아니라”라며 퇴거 센터와 교도소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기 노선은 아닙니다만, 섬을 오가는 여객선을 운영할 겁니다. 수용자는 밤에는 퇴거 시설에 머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덴마크 정부는 수용자가 어디 있는지 더 확실히 감시할 수 있습니다.”
투옥이 아니라고 해도 야간 점호 중에 퇴거 센터에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수용자는 구금된다.
 

외국인 범죄자 격리 vs. 덴마크 인권 수준 추락

덴마크인민당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추방 당한 외국인 범죄자는 덴마크에 있으면 안 된다”라며 “그들을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린홀름 섬으로 이주시킬 것” 린홀름 퇴거 센터 건립 계획을 환영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경주의 진보정당 대안당(Alternativet) 우페 엘베크(Uffe Elbæk) 대표는 린홀름 퇴거 센터 설립 계획이 덴마크 정계에서 인권이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고 <더로컬>이 보도했다.
“내가 이끌고 싶은 녹색 정부는 절대로 사람을 무인도에 끌고가지 않습니다. 비인간적 정치 활동이 내가 사랑하는 덴마크를 전혀 다른 곳으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 소속으로 린홀름섬이 속한 보르딩보르시(Vordingborg) 미카엘 스메드(Mikael Smed) 시장은 린홀름에 퇴거 센터 건설하는 계획이 부질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덴마크 어딘가 있는 문제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뿐입니다.”
자유당(Venstre) 소속으로 보르딩보르시 전직 시장이자 현 부시장인 미카엘 라르센(Michael Seiding Larsen)은 벌써 우려하는 시민들에게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본인이 속한 자유당이 린홀름 퇴거 센터를 계획한 장본인임에도 마키엘 라르센 부시장은 “수용자를 무인도에 보내는 일은 무척 비인간적”이라며 야당 소속 시장과 뜻을 같이했다.
“이 계획은 도리어 문제를 더 키웁니다. 수용자를 거칠게 차단하는 곳으로 이주시키느라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하니까요.”
국제연합(UN)도 덴마크 정부의 외국인 범죄자 격리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UN 인권 고등판무관사무소(UN OHCHR) 미첼 바첼레트(Michelle Bachelet) 실장은 “이 계획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라며 “이 문제가 전개되는 상황을 계속 지켜보며 덴마크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12월5일 말했다.
“우리는 사람을 격리하는 행위가 나쁜 결과를 낳는 전례를 목격해 왔습니다. 정부는 그런 사례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유를 빼앗음으로써 그들에게 낙인을 찍고, 그들을 한층 더 취약하게 만들 뿐입니다.”
 

참고자료

Aftale om finansloven for 2019, Statsministeriet, 2018년 11월30일(덴마크어 PDF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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