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의 영화관] 덴마크 최고 감독의 무명시절을 엿보다, ‘겜블러’

“셰익스피어는 은행 잔고를 이야기하지 않았잖아요.”
영화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이 말했다. 예술을 하면서도 은행 잔고를 생각하며 힘들다는 심정이 녹아든 인터뷰다.
이제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유명하다. <드라이브>, <네온 데몬> 등 작품으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페트도 몇 번 밟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성공을 이루기까지 기나 긴 세월을 고통 속에 보내야 했다. 피에 암보 (Phie Ambo) 감독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힘들었던 시절을 다큐멘터리 영화<겜블러(Gambler)>에 담았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1996년 덴마크 마약 밀매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푸셔(Pusher)>를 내놓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푸셔>는 같은 해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을 제치고 두 달 동안 덴마크 영화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그는 2003년 영화 <피어 엑스(Fear X)>가 흥행에 실패하자 파산한다. 위기에 처한 그가 택한 방법은 흥행했던 <푸셔>의 속편을 만드는 것이다.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이 짊어져야 할 짐은 무겁다. 속편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돌자 관객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지만, 그는 쪼들리는 제작비만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스피린을 찾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다.
한숨 쉬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을 보면 예술인의 삶은 덴마크에서도 쉽지 않은 듯하다. 덴마크는 천국일 것만 같았지만 예술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 가난은 숙명처럼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예술가를 꿈꾸고 있다면 불편한 진실을 한 번 마주보는 것도 좋겠다. 셰익스피어는 은행 잔고를 말하지 않았지만,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예술가에게 은행 잔고가 어떤 의미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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