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덴마크 ‘난민 귀금속 압수법’ 시행 2년, 귀금속 압수건은 ‘0’

덴마크가 난민 신청자가 소지한 귀금속을 압수하는 일명 ‘난민 귀금속 압수법’을 시행한 지 이번주로 2년이 된다. 그런데 악명과 달리 실제로 귀금속을 압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DR>이 1월21일 보도한 소식이다.
덴마크 국회는 2016년 1월26일 난민 귀금속 압수법(smykkeloven•jewelery law)을 승인했다. 덴마크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졌으나 “스스로 부양할 수 있는 이는 그렇게 해야 한다”라며 치솟는 난민 지원 예산을 벌충해야 한다는 논리를 끝내 관철했다. 보수연립 정부를 이끄는 자유당(Venstre)과 이민 반대 정책을 고수하는 덴마크인민당(Dansk Folkeparti)뿐 아니라 최대 야당인 사회민주당(Socialdemokratiet)도 난민 귀금속 압수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2016년 2월 난민 귀금속 압수법이 시행된 이래 2년 넘게 지났다. 덴마크 경찰은 이 법을 근거로 난민 신청자가 지닌 1만 크로네(175만 원)이 넘는 현금이나 귀금속을 압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실제로 경찰이 귀금속을 압수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그간 경찰이 난민 귀금속 압수법으로 금품을 압수한 사례는 7건이었다. 현금 약 17만3900크로네(3000만 원)와 차 1대 뿐이었다. 가장 최근 압수한 사례는 지난해 3월 덴마크-독일 국경에서 한 레바논 여성에게 약 4만800크로네(698만 원)를 압수한 것이다. 이 여성은 덴마크에 들어와 난민 지위를 달라고 신청했다.
덴마크 이민통합부는 덴마크 경찰청(Rigspolitiet)에 난민 귀금속 압수법을 유연하게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결혼 반지와 약혼 반지는 압수하지 말고, 현장에서 경찰관이 압수 물품의 감정적 가치를 판단하라는 가이드라인을 경찰청에 보냈다.
 

“귀금속 압수법, 난민 유입 억제 효과 발휘”

법 적용 사례가 적은데도 자유당은 법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자유당 소속 덴마크 외무부 장관 마르쿠스 크누스(Marcus Knuth)는 “이 법이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DR>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는 우리가 난민 귀금속 압수법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난민들이 거금을 싸들고 와서 자기 돈은 온전히 보전한 채 덴마크에 머무는 데, 덴마크 정부가 지불하는 체제비까지 챙길 수 있다면 문제가 있는 거니까요.”
마르쿠스 장관은 난민 귀금속 압수법으로 압수한 금액이 난민 지원에 쓰인 예산을 벌충하는데 도움이 될 규모는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예방 효과가 충분합니다. 전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쳐보죠. 유럽이 잘 사는 지역이고,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에서는 아무 것도 지불하지 않아도 정부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요. 덴마크가 난민 귀금속 압수법을 발효한 뒤에 이들 중 일부는 덴마크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을 바꿔먹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법 제정과 발효 중에 난민 귀금속 압수법은 덴마크 국내외에서 강하게 비판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2015년 기사에서 이 법을 나치에 비유했다. 덴마크인민당 외교 담당 마르틴 헨릭센(Martin Henriksen) 의원은 이런 비판이 덴마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저는 덴마크가 이민 정책을 강화하거나 이를 언론에서 토론하는 일이 덴마크의 평판을 해친다는 사람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 이 법이 난민이 덴마크로 오지 못하게 막았다면, 비판 여론이 무척 유익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야당인데도 난민 귀금속 압수법에 찬성표를 던진 사회민주당 역시 여전히 이 법에 호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민당은 난민 귀금속 압수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안팎에서 공격받았다. 외교 정책을 담당하던 페르닐레 슈노르(Pernille Schnoor) 의원이 당을 떠나 대안당(Alternativet)으로 이적한 것이 가장 큰 손실이었다. 국회 표결 당시 전 환경식품부 장관 메테 기예르스코우(Mette Gjerskov)를 비롯해 사민당 의원 3명은 당론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마티아스 테스파예(Mattias Tesfaye) 외교 담당 의원은 난민 귀금속 압수법이 “훌륭하고 공정하다”라고 평했다.
“압수된 17만3900크로네는 대다수 난민 신청자가 현금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하지만 사민당은 난민 신청자에게 덴마크 시민과 마찬가지로 보조금을 지원받을 자격을 주는 일을 강조해왔습니다. 물론 당연히도 개인이 스스로를 부양할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상징적 정치 행위 탈피해야”

물론 정계에서 반대 여론도 나온다. 자유당 내부는 물론이고, 처음부터 반대였던 적녹연맹당(Enhedslisten)에서다.
소피 닐센(Sofie Carsten Nielsen) 자유당 의원은 난민 귀중품 압수법이 “정신적으로 나약하고 해롭다”라며 국제 사회에서 덴마크의 평판을 해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 법은 아무 변화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상징적인 정치 효과만 낳았지요. 우리 당이 상징주의를 뛰어 넘어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입법 활동에 매진하길 바랍니다.”
적녹연맹 요하네 닐센(Johanne Schmidt-Nielsen) 의원도 난민 귀금속 압수법이 과잉 입법의 산물이며 상징적 정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일단, 귀금속 압수법의 목적은 난민이 덴마크에서 환영받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잉게르 스토이베르(Inger Støjberg) 이민통합부 장관은 초기 발언에서 전 세계인에게 덴마크가 사람들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빼앗을 것처럼 암시했죠. 다행히 그건 오해였습니다. 그런 오해를 야기하는 일은 (정계에서)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귀금속 압수법 적용, 2년 사이 7건

덴마크 경찰청은 난민 귀금속 압수법을 근거로 귀중품을 압수한 사례가 지금껏 모두 7건이라고 밝혔다. 각 압수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16년 6월28일 화요일, 코펜하겐지방경찰청(Københavns Politi)이 이란 시민 5명에게 7만9600크로네(1361만 원)를 압수했다.
2016년 7월14일 목요일, 코펜하겐지방경찰청이 이란 시민 4명한테 1만300크로네(176만 원) 상당 금품을 압수했다.
2016년 8월3일 수요일, 코펜하겐지방경찰청이 1만9700크로네(337만 원) 상당 금품을 한 알제리 시민한테 압수했다.
2016년 10월22일 토요일 유틀란트남부지방경찰청이(Syd- og Sønderjyllands Politi) 8천 크로네(137만 원)를 한 이라크 시민한테 압수했다.
2016년 11월16일 수요일, 유틀란트북부지방경찰청이 알바니아 시민 3명한테 7500크로네(128만 원) 상당 금품을 압수했다.
2017년 2월16일 목요일, 유틀란트북부지방경찰청이 한 터키 시민한테 8천 크로네(137만 원) 상당 금품을 압수했다.
2017년 3월28일 화요일, 유틀란트남부지방경찰청이 한 레바논 시민한테 4만800크로네(698만 원) 상당 금품을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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